한 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왕따’ 문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집단따돌림은 시대 변화에 맞춰 다른 형태로 청소년 문화에 자리 잡았다.
‘사이버블링’은 한 개인이나 그룹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의도로 인터넷이나 다른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적대적 발언과 악성 댓글, 기타 악의적 행위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오프라인에서의 폭력이 온라인으로 번져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4 한국청소년 사이버블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27.7%가 “사이버블링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온라인상 개인정보 유출’(12.1%)이 가장 빈번했고, ‘온라인게임을 통한 괴롭힘’(10.2%)이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응답자 19.4%는 “사이버불링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충격을 주었다.
남학생은 주로 온라인 게임 도중 괴롭힘을 당한 경우가 많았고, 여학생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활용에서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비난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한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 이런 문제에 당면할 시 스스로 해결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이버블링을 목격했을 때 대처 행동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52.2%)이 “그냥 상황을 지켜봤다”고 답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2.2%) 교사에게 알리는 경우(3.0%)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블링은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스마트블링’으로 옮겨가 모바일 메신저 어플을 통한 언어 폭력과 왕따로도 이어졌다. 이같은 스마트블링의 경우는 학교에서 벗어나면 해방됐던 ‘왕따’와 달리 방과 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악랄해졌다.
IT강국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에 사이버블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은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행해지는 사이버블링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에 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문제를 해결할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