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아동학대 범죄
기승부리는 아동학대 범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치원·어린이집 등 폭행사건 빈발...예산이 문제

교사들은 교육적 차원이라며 폭행 부인도

아동 학대 해마다 증가…2013년 6796건

특례법 발효됐지만 기재부 예산 전액 삭감

최근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강력한 처벌 방침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관련 사건은 예전과는 양상이 상당히 다른, 다분히 비인간적인 내용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례로 지난 7월 14일 부산의 어느 유치원에서 “교사가 원생끼리 서로 때리게 하는 등 학대를 저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칠곡계모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30일 대구지방법원 정문에서 아동학대방지모임인 ‘하늘소풍’ 회원 30여 명이 피켓시위를 벌이며 8살 의붓딸을 숨지게 한 계모 임모(36) 시와 친부 김모(38) 씨를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촉구했다. ⓒ뉴시스

유치원생 학대 동영상 찍혀 ‘충격’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기장에 있는 모 유치원 소속 교사가 원생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학부모로부터 접수되었으며, 이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해당 유치원 교사는 다섯 살 난 원생 A모 군과 역시 같은 나이의 다른 친구를 서로 마주 보도록 앉힌 다음 이들을 손을 잡아 서로를 때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군은 친구 원생과 다투면서 경미한 수준으로 때리는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치원 교사는 이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훈육과 체벌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서로 때리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사의 문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이 교사는 점심 식사 시간에 배식 과정에서 식사를 받으려는 A 군을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아울러 A 군에게 식판을 주는 듯하다가 다시 빼앗고 밥을 늦게 주는 등 A 군을 상대로 여러 차례 괴롭히는 행위를 저지른 혐의도 받는 상황이다.

이번에 말썽에 휘말린 유치원은 부산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 유치원으로, 전체 원생이 45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이곳 이외에도 두 곳의 유치원을 더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경찰은 유치원으로부터 CCTV 녹화 화면을 압수한 뒤 학부모 30여 명에게 해당 동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이 압수한 동영상에는 이 교사가 A 군 말고도 다른 유치원생을 밀치는 장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며 동영상 전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 공개 여부와 범위를 둘러싸고 학부모와 유치원 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 파문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과 유치원 측은 처음에 약속했던 “전체 동영상을 공개 하겠다”는 입장을 돌연 바꾸어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기에다 유치원 원장 측은 “이번 사고는 어디까지나 개인 문제일 뿐”이라며 “향후 법으로 해결 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여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학부모 측은 해당 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측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더욱이 “A 군과 친구가 서로를 때리는 영상 이외에도 아동학대가 녹화된 영상이 추가로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더 이상 이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그리 여의치 못하다.

한편 기장경찰서 측은 “유치원 교사가 저지른 행동이 아동 학대에 해당하는지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은 다음 처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난 2012년 광주광역시 남구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21·여) 씨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A 씨가 원생을 폭행하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뉴시스

귀에 멍이 들도록 때린 어린이집 교사

이와 비슷한 사건은 또 있다. 시흥에 소재한 어느 시립어린이집 교사들이 세 살 된 여자아이의 귀를 잡아당기고 바닥으로 끌고 다니는 등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시흥경찰서는 세 살 된 여자아이 귀를 잡아당기고 바닥으로 끌고 다니는 등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어린이집 교사 전모(24·여) 씨와 장모(24·여) 씨 등과 함께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한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 서모(40·여) 씨 등 모두 세 명을 불구속 입건 조치했다.

전 씨는 지난 6월 30일 오전 9시 50분 경 시흥시 A어린이집에서 B(3) 양의 귀를 약 5분 동안 잡아당기는 등 폭력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장 씨는 세면장으로 데려가면서 B 양의 머리를 뒤에서 툭툭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 양의 아버지는 딸아이의 귀에 멍이 들고 목 부위에 손톱자국이 난 것을 보고 어린이집을 찾아가 항의했으며 CCTV에 녹화된 영상까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폭행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B 양의 아버지는 지난 7월 5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전 씨 등은 “아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바람에 귀를 잡아당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은 모두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며 “원장 서 씨의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관리책임을 물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동학대 관련 사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13년 0~17세 아동을 학대한 사례는 총 6796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2012년에 발생한 사례인 6403건에 비해 6.1%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동은 22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아동을 학대한 행위자는 친부모가 76.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의 유형으로는 중복학대가 43.0%로 가장 많았다. 여기서 중복학대란 ‘신체학대 또는 방임 등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를 의미한다. 이어서 ▲방임(26.2%) ▲정서학대(16.2%)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31일 새누리당 아동학대 대책 특별위원회와 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렇게 전격 통과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특례법은 아동학대를 엄연한 범죄로 간주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아동 학대 방지책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새누리당과 정부 간 당정협의가 열렸다. ⓒ뉴시스

특례법 실시 불구 예산 편성 못 받아

이 특례법에 따르면 학대로 인해 아동이 목숨을 잃은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또한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저지른 경우에는 가중처벌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한 것으로 판정되면 친권 상실 판정까지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아울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고 의무자에 대한 규정도 만들었다. 즉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벌금 500만 원 형을 부과하는 등, 처벌 범위와 수위 면에서 진일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사후관리는 물론 예방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학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아동전문보호기관 직원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아동 학대 사건 발생 후 아동을 보호조치하고 사건을 관할 행정기관에 보고하는 의무가 추가됐다. 이 외에도 관련부처가 아동보호전문 기관을 대상으로 전문지식 및 피해아동 조사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처럼 특례법 시행에 발맞춰 조직 개편 계획의 일환으로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는 전담 재판부도 서울가정법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 7월 7일 서울가정법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아동보호 사건으로 분류된 사건을 전담할 단독 재판부 다섯 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특례법에 따라 가정법원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사건 중 형사사건에 이르지 않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을 검찰로부터 송치 받아 처리하게 된다. 아울러 가정법원은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해 ▲피해아동에 대한 접근금지 처분 ▲친권 제한·정지 처분 ▲사회봉사·수강명령, 감호·치료위탁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가정법원은 의료기관, 감호위탁시설, 아동보호전문기관·상담소 등과 처분 이행을 위한 업무 협약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어서 아동보호 사건 전담 방향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대아동을 지원하는 정책은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기관은 아직도 부족한 편이며 인력까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아동복지특례법이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는 처벌 강화 규정 외에 사후관리 조치 내용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실행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례법이 지닌 아동보호 등 사후 조치는 유명무실화되고 가해자 처벌 강화만 작동할 처지다. 실제 2014년 예산심의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예산 편성을 전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예산심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 예산을 436억 원으로 증액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한 바 있어 아동보호가 제대로 제도화될지 우려가 갈수록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아동복지 전문가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만큼 아동을 잘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부의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파사랑 2014-07-21 14:57:43
교사의 관심있는 훈육과, 무관심의 아동학대,,
어디까지가 아동학대인지 기준이 정해저 있나요?
일부교사에 국한된, 그것도 아직 진실을 위한 조사중인 상황에서 교사를 죄인으로 일방적인으로 몰고 간다면 누가 유치원고사로 일할려고 할것인가?
교사가 없다면 유치원은 운영할수 없을 테이고, 그럼 모든 원아가 집에서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듯....

애엄마 2014-07-29 10:54:19
학대의심으로 원에 CCTV확인요청을해도 이리저리 법의논하며 피해가는게현실입니다.답답하면 당신들이 떠나라는식의 태도또한 피해당사자아이들을 두번울리게하는현실이구요....부모가앞장서서나서기엔 정부에서의 대처방법이나 우리나라의 이상한법에 숨어서...두번울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