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대선레이스 전초전?
박근혜-이명박 대선레이스 전초전?
  • 김부삼
  • 승인 2006.03.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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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개인플레이 좌시 않겠다”... 이명박에 직격탄
"당이 어려울 때 당을 희생 삼아 개인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이기주의이고 공인으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들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어떤 정치적 발언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박근혜 대표가 이례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표가 6일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장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그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대목을 조목조목 문제삼았다. 두 대선 주자의 기싸움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자아냈다. ◆박 대표, 이명박에 직격탄 박 대표는 “당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당 소속 사람들은 공동 책임을 느끼고 언행을 자제해야 하는데 당이 잘 될 때는 깎아 내리려 하고 어려움에 빠지면 뒷짐지고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일 “한나라당은 해변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고 말한 이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박 대표는"작년 말과 올해 초 혹한 속에서 많은 의원·당원들이 사학법 투쟁을 벌이느라 고생했는데 이마저 폄하하는 발언들에 대해 과연 당을 같이하는 사람이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톤을 높였다. 이 역시 이 시장에 대한 불쾌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사학법 투쟁과 거리를 유지했고 지난 3일 자리에서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내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밖으로 돌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을 생각해 봐라, 끔찍하다"고 은근히 박 대표의 노선을 비판했다. 박 대표의 이같은 공격은 이 시장 개인을 넘어 대표의 입지를 흔들어 온 ‘분파주의’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반박(反朴·반 박근혜)' 인사 중 한 명인 박계동 의원의 전날 서울시장 영입 관련 발언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박 대표는 "어제 유감스러운 일이 또 발생했다"며"박 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목적을 갖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또 발생한다면 당 대표로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시장 '해변' 발언 의도된 것? 이명박 서울시장은 사과하지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이 긴장이 풀려 있다. 해변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는 그의 발언에 박근혜 대표가 "개인 플레이만 한다"고 쏘아붙였고,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나서 "잘못된 발언이다. 제정신이냐"고 지적했지만 이 시장은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시장은 7일 밤 이 의원에게 "최연희 의원 사건을 얘기하다 나온 발언인데 와전됐다. 나에게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한 주간지에 "솔직히 노무현.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보도된 뒤 이 전 총재에게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8일 "이 전 총재라는 특정 인물을 거론한 지난번 케이스와, 당인(黨人)으로서 당에 대한 걱정 때문에 쓴소리를 한 이번 논란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별도의 공개 반응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 논란을 단순한 ‘표현상의 실수’나 진의가 와전된 수준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배후엔 서울시장 후보영입 문제에 대한 박 대표와 이 시장간의 갈등이 깔려 있다. 이 시장 입장에선 한나라당의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다른 어느 지역의 선거보다 중요하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 ‘청계천 복원’을 비롯한 자신의 업적을 깎아 내리면 대선 가도에 치명상이 된다. 열린우리당 후보 가능성이 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비해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뒤지고 있음에도 박 대표가 외부 영입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이 시장 불만의 핵심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시장이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박 대표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명박, 제정신이야?" 이명박 서울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한나라당·포항 남-울릉·)이 아우를 호되게 꾸짖었다. 박 대표가 지난 6일 "당이 어려울 때 개인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해 박 대표의 편을 들며 동생에게 진노한 것이다. 이 의원은 7일 대구·경북 언론사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아무리 동생이 대권 주자이지만 할 말은 하겠다"며 동생의 발언에 대해 여과 없이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되고 안되 고는 중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시장의 '해변' 발언과 '사학법 투쟁 폄훼'를 꼬집어 "당이 지금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해변에서 논다느니 그런 말을 하느냐'고 비난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질책은 당내 이 시장 비판 기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진화'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 시장에게 2번이나 전화를 걸어 이같은 생각을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또 포항시장 경선과 관련, 개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해 도당에 넘기면 거기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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