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이후 경찰의 DNA 분석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문이 나오고 있다.
검경은 22일 전남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2.5㎞ 가량 떨어진 매실 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무연고자 시신으로 보고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분석을 의뢰했다. 그 유 전 회장의 친형 권병일(75)씨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3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 경찰청으로부터 순천서 변사체의 DNA가 그동안 검경의 수사 활동으로 확보한 유병언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원)의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변사체의 지문 확인 경위에 대해 처음에는 심한 부패 상태로 변사자 지문을 채취하기 힘들었으나 냉동실 안치 후 열 가열법을 이용해 3차례에 걸친 지문 채취를 시도, 변사자 오른쪽 집게손가락 지문 1점을 채취해 검색한 결과 유병언씨의 지문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변사체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중 ㈜한국제약 생산 ‘ASA 스쿠알렌’ 병의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이고, 변사체가 입은 상의 파카가 고가의 이탈리아제 ‘로로피아나’ 제품이고, 신발도 ‘와시바’라는 값비싼 명품이라고 했다.
우 서장은 “이러한 정황 증거와 국과원의 감정 결과로 볼 때 변사체가 유병언임이 확실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서장은 끝으로 “국과원의 정밀 감정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2차 부검이 완료되면 사인 등이 더욱 명확히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변사자의 이동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망 과정에서 타인의 물리력이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등 한 점의 의구심도 없도록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2주만에 시신이 부패할 수 있나?’
그러나 경찰의 변사체 DNA와 지문 확인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문이 남는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22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발견된 시신은 유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최소한 유 전 회장과 동행했던 신 모 씨가 체포된 지난 5월 25일까지 유 전 회장이 살아있었다”며 “경찰이 시신을 발견한 지난달 12일에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주 만에 시신이 부패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병언 추정 변사체는 발견 당시 겨울점퍼에 벙거지를 쓰고 있었고 하늘을 바라본 상태로 누워 있었다. 이미 백골화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문가는 급속한 부패 진행에 대해 동물에 의한 시신 훼손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밀 감식이 필요하다.
이 대변인은 이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시신은 초라한 행색에 술에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 전 회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 대변인은 여기에 유 전 회장은 단신인데 외모도 달랐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유병언 변사체를 부인했다.
이밖에도 정황상의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유 전 회장은 구원파 신도들의 조력으로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홀로 방치된 채 숨졌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구를 트럭에 싣고 호화판 ‘황제도피’를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비하면 유 전 회장의 최후는 선뜻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도피를 도와준 신도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혼자 수사망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결국 고립된 상황에서 죽게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도 인정하듯이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강한 유병언 같은 인물이 쉽사리 목숨을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