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통령까지 유병언 체포에 목소리를 높여온 상황이다 보니, 변사체로 발견된 그의 소식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으며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유병언이 잡혀야만 세월호 참사의 모든 수수께끼들이 풀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충격과 허탈함도 잠시. 유병언 죽음을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쏟아지면서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리고 정확히 언제 왜 그곳에서 사망했는지 등 무엇 하나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마지막 생존 확인 시점으로부터 불과 보름가량 지나 발견된 사체의 부패 정도가 이미 80%가량 진행돼 있었다는 점도 일반인들 시각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부패됐는데도 사체가 있던 자리의 풀 색깔이 주변 풀 색깔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나, 사체가 하늘을 바라보며 반듯하게 누워 있는 자세였다는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이미 괴담 수준의 의혹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타살 의혹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시신 조작설’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DNA 대조 및 지문 채취 등을 통해 유병언이 확실하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가 땅바닥에 추락한 상황이기에 검찰이나 경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이 그동안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 왔다면, 이 같은 괴담이나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수사당국은 이번 유병언 사태를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태는 수사당국에 대한 책임론으로 마무리 될 것 같지도 않고, 마무리 돼서도 안 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유병언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적폐를 뿌리 뽑아내고, 대한민국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면적으로 혁신해내는 일이 진짜 본질이었다. 유병언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또 다시 모든 이슈가 유병언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일부 호사가들은 권력층 중 누군가가 유병언이 체포됐을 때 밝혀질 엄청난 후폭풍이 두려워 암살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아무리 범죄자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며 써내려간 소설 치고는 너무도 잔인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이런 어수선한 시국에 야당에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들이기 하고 있다. 마치 미스터리한 죽음 뒤에 대통령의 그림자가 있었던 마냥, 야당은 유병언 죽음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해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탓이겠지만, 유병언 죽음을 놓고 정치적 활용을 하고 있는 야당의 행태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문제다. 경찰만을 탓하고, 정부의 잘못은 없다고 감싸기 하는 여당의 태도 또한 지적받을 만하다. 어느 선까지 누구의 잘못이었는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치면 될 일이지, 제대로 수사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마치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국민들은 여당의 잘못이냐 야당의 잘못이냐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진실이 알고 싶고, 드러난 진실에 대처하는 정치권의 현명한 자세를 보고 싶어 할 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 점을 반드시 새겨 더 이상의 불필요한 싸움을 거두고, 이제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는데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유병언이 사체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 국민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국민들에게 덧씌워진 두려움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할 때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