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민이 직접 가꾼 아름다운 녹색정원이 도심 속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힐링가든으로 자리매김해 화제다.
화제의 정원은 보정동 포스홈타운 1단지 내 주차장 인근 2곳에 조성된 녹색정원이다.
이곳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신정 씨(여, 65세)가 4년 전 단지 내 방치된 유휴공간을 정원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이웃 주민들과 힘을 모아 만들었다.
서울에서 환경운동가로 30여년 활동한 후 용인시 보정동으로 이주한 강 씨는 방치공간이 일탈 청소년들이 버린 담배꽁초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정원 가꾸기의 뜻을 굳혔다고 말했다.
강 씨를 비롯해 주민 3~4명은 각자 소유한 조각품이나 화분, 인형, 테이블, 의자 등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모으고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수거일마다 버려진 물품들 사이에서 쓸만한 물건을 모았다.
또 수목 구입 등 필요 비용 발생 시 십시일반 모금을 하는 등 봉사자로 일하며 그해 약6개월에 걸쳐 천천히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이 완성된 후 이들은 ‘치유정원동호회’를 만들고 인근 산책로 등에 꾸준히 녹색공간 만들기 환경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이웃돕기 선행도 실천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주민 대상 도서 모으기 운동을 전개해 1050권의 도서를 부산의 탈북청소년 학교에 전하기도 했다.
힐링가든이 생긴 후 이곳을 찾는 주민들은 서로 말을 나누며 식사를 함께하는 이웃친구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서거한 실향민 독거노인 한 분은 평소 우울증에 시달려왔으나 정원에서 말동무를 얻으면서 만년의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한 주부는 타지에 살던 친정어머니가 선물로 준 ‘천사의 나팔꽃’을 이곳 화단에 기증했다. 그 주부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정원을 찾아와 꽃을 보며 어머니를 추모한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는 집에 있는 죽어가는 꽃화분을 가져와 이곳에 심었고 꽃이 잘 살아나 성장하는 것을 보며 밝은 성품을 되찾아갔다.
정원에 나와 수다를 나누는 주부들도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커져간다.
몇몇 주부들은 지난 2012년 겨울 십시일반 성금과 의류를 모아 통영시의 탈북자 고아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옷을 담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탈북 어린이들은 이렇게 예쁜 옷을 난생 처음 입어본다며 잘 때도 옷을 벗고 싶지 않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강신정 씨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가꾸는 힐링가든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념촬영도 하며 추억을 남기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보람이 크다”며 “소통과 나눔이 있는 이런 녹색공간이 도심 곳곳에 늘어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