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 통합 본격 물꼬 트나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 통합 본격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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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강력 의지...외환은행 노조 반발이 중대 변수

양 은행 수장 조기 통합 의사 내비쳐
통합 준비 하나도 안 돼 있다는 지적
외환카드 분리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논의가 시작돼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김종준 하나은행장·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당사자 3인이 통합 의지를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소속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금융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 경영진과 이사회는 조기 통합을 추진하기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 은행의 최고 수장들은 통합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양 은행이 내부적으로는 통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기 통합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 전격 선언

이와 아울러 금융당국도 두 은행의 합병이 노조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가능성은 내·외적으로 상당히 밝은 상황으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 통합에 대한 반대의 뜻을 굳건하게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 합병 과정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이슈가 금융계를 뒤흔들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지난 7월 17일.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소속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공시에서 하나금융지주는 두 은행이 조기 통합해야 하는 명분에 대해 “금융환경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고 근본적인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이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우며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 모두 통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두 은행의 조기 통합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 같은 김정태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보완하듯, 지난 7월 23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은 두 은행이 상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은행 임원진과 지점장 등 8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김종준 행장은 두 은행의 조기 합병과 관련하여 대·내외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터라, 이날 발언은 그만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음을 만방에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종준 행장은 충청은행(1998년)·보람은행(1999년)·서울은행(2002년) 등을 합병한 경험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미 세 차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경험이 있으며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행장은 “이번 통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사항은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두 은행의 조기 통합과 관련하여 결정적인 관건으로 꼽히는 외환은행 노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속한 통합은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의 ‘CEO와 함께하는 비행단 발대식’ 행사장 앞에서 외환은행노조가 독립경영 보장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외환은행 노조 “합의서 위반” 반발

또한 김종준 행장은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점차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는 현재 영업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여 온·오프라인 융합 채널과 스마트 금융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김정태 회장과 김종준 행장에 이어 최근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까지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이라는 대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한조 행장의 경우는 주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기 통합 논의는 불가피한 상황”, “조기 통합은 직원들 입장에서도 더 나은 대안” 등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 한 경체평론가는 “무엇보다 이들 두 은행의 경영 상태가 의외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만큼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아울러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금부터 서서히 통합에 대한 발동을 걸기 시작해야 비교적 순탄하게 합병 과정을 밟아나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현재 통합을 위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 2년이라는 세월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라며 “이 때문에 ‘조기 통합’의 군불을 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나금융지주 측이 조기 통합을 향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조기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는 일이다.

현재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 통합 움직임에 대해 “‘2·17 노사정 합의서’를 위반하고 있다”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2·17 노사정 합의서’란 지난 2012년 2월 17일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인수됐을 때, 하나금융·외환은행·외환은행 노조·금융위원회가 합의해 서명한 문서다.

‘2·17 노사정 합의서’는 “5년 이후에 합병을 논의한다” “외환은행 명칭을 그대로 유지한다” 등의 내용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인수된지 아직 5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통합 논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게 외환은행 노조 측의 주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현재 조기 통합 방침은 ‘5년 간 외환은행의 법인과 명칭을 유지하고 합병 여부는 5년 경과 후 상호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 2·17 합의서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합병 추진을 결의한 것은, 경영진 견제라는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전혀 낮추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어 외환은행 노조 측은 “하나금융지주와 경영진의 2·17 노사정 합의서 위반에 대해 노조까지 동조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금융 신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은 지속적으로 조속한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통합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서고 있어 양 은행의 통합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외환카드 분할 승인 연기’로 속 타들어가

상황이 이렇게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 7월 30일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분할 승인을 연기함에 따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카드사 출범은 결국 올해는 불발로 돌아가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원회는 임시 정례회의를 개최해 외환카드 분사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갑자기 관련 안건을 제외시켜 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관련 안건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카드 사업 부문 분할 및 외환카드의 신용카드업 영위 인허가’ 건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8월 13일에 열릴 예정인 정례회의에서 외환카드 분사 본인가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월에 본인가 승인이 나면 외환카드는 9월 1일 독립법인으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무엇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환카드 분사 관련 현장 점검 심사 의견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으며 여기에 금융권 등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안인 만큼, 관련 안건을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향후 외환카드가 분사할 때 은행이 보유한 고객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신용정보 관련 현장점검을 진행했으며 관련 부분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용정보 외에 금융사가 새롭게 설립되기 전 물적 설비나 보완 등 영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는지도 살펴보았다”며 “그런데 이 부분이 전반적으로 마무리가 안 된 상황으로 밝혀져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하나금융지주 측은 지난 5월 금융위로부터 외환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인가를 받은 뒤 7월에 본인가를 받고 9월 1일 외환카드의 독립법인을 출범해 연내 하나SK카드와 통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정례회의에서 외환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인가를 승인한 바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본인가 전까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전산시스템을 완전 분리해야 한다는 인가 조건을 포함됐다.

하지만 본인가 안건 상정이 8월로 연기되는 바람에 연내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카드사 출범은 내년 초로 부득불 연기됐다. 그런데 지난 6월에 이어 7월 정례회의에서도 외환카드 본인가 안건이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업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드부문 통합이 조속하게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편입돼 있으며 카드사업 부문은 별도로 두고 있는 상황.

향후 외환카드 분사가 완료된 뒤 하나SK카드와 합쳐질 경우, 자산 5800억 원·회원 수 ,600여 명·시장점유율 약 8% 규모의 튼실한 카드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롯데카드 등과 함께 업계 5위권을 형성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본인가가 한 달가량 연기되자 하나금융그룹은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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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회사길래 2014-08-02 10:11:18
외환카드 분사시 외환은행에서 6,400억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나간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하나SK카드랑 합치면 자산이 5,800억원으로 더 작아질 수 있을까요?
하나SK카드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요? 혹시 자본잠식?
외환카드랑 합병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