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몸 사린 것 아니냐’ 당내 불만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사실 새누리당 지도부 쪽에서는 6·4지방선거 때 김문수 전 지사가 3선에 도전했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공방이나 세월호 참사 등 여당으로서는 심각한 악재가 횡횡하던 상황이라, 경기도에서 안정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김 지사가 3선 도지사를 지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김 지사는 결국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를 ‘될 만한 카드’로 갑자기 들이미는 바람에 그동안 지방선거 준비를 하던 정병국 의원과 다소 갈등을 일으켰다”며 “김문수 전 지사가 3선 도전을 선언했다면 불필요했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평론가는 “또한 실제 6·4지방선거에서도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와 상당한 접전을 벌이는 등 그리 쉽지 않은 승부였다”며 “물론 김문수 전 지사가 선거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선거에 나갔다면 훨씬 손쉬웠을 승부였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시선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문수 전 지사가 새누리당의 뜻에 쉽게 맞추려 하지 않는 면모를 보이는 ‘돌출성’은 7·30재보선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재보선에서 김문수 전 지사를 동작을 전략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해 이른바 ‘십고초려’를 불사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였지만, 끝내 김 전 지사는 불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당시 김문수 전 지사는 언론 등을 통해 “이미 국회의원을 세 번 해봤기 때문에 1~2번 더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국회의원이 저의 자리가 아니고 백의종군하며 국민 말씀을 섬기는 게 더 맞다고 본다”는 명분으로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또한 김문수 전 지사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간곡한 요청에 대해 “가야 할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마다치 않겠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비단길이라도 가지 않겠다”라며 본인의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7·30재보선 과정에서 김문수 전 지사가 불출마를 강하게 고집한 것은 나름 타당한 명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정계 안팎이나 특히 새누리당 내부의 시선에서 보면 ‘야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지역구에 재보선에 출마했다가 자칫 지기라도 하면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상황에서 치명타를 입을까봐 '몸을 사라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권행보 상당히 힘들 것’ 비관론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김 전 지사가 너무 지나치게 몸을 사린 측면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사실 7·30재보선 이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김문수 전 지사가 다른 야권 후보들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7·30재보선에는 상당한 진통 끝에 나경원 후보가 출마했으며, 새정치연합의 공천 내분 및 야권단일화 진통이라는 분위기에 힘입어 비교적 아슬아슬하게 당선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6·4지방선거 및 7·30재보선이라는 두 차례의 빅 이벤트에서 김문수 전 지사는 공교롭게도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또한 두 선거 모두 새누리당 차원에서는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김문수 전 지사의 ‘당 기여도’가 상당히 미흡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를 두고 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아울러 정계 전반적으로도 김 전 지사에 대해 미심쩍은 눈길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계 일각에서는 “현재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 가운데 손해를 본 유일한 인물이 바로 김문수 전 지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올 정도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는 “당이 힘든 상황에 있을 때에도 김문수 전 지사가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돌고 있기도 하다. “특히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인물이 이렇게 처음부터 당에 헌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원내 진출은 어떻게 할 것이며 당내에서 어떻게 지지세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라는 극히 회의적인 반응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문수 전 지사도 이번 재보선에서 이정현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같은 ‘결기’를 십분 발휘했다면 당내 위상이 급속도로 올라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김 전 지사는 그런 ‘모험’을 하지 않았다. 결국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노골적인 불만이 아니더라도 정계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의 향후 대권 행보가 좋지 않은 여건에 놓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 김문수 전 지사에 대한 일종의 ‘과대평가’ 분위기가 급속도로 걷히는 분위가라는 게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전 지사가 없더라도 새누리당은 향후 선거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대·내외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자의든 타의든 김 전 지사가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증하듯 여론기관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 조사를 보아도, 김문수 전 지사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뒤져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3일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재·보선 직후인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1%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렇게 김무성 대표가 지지율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리얼미터가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그만큼 김 대표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의 경우 지난 6·4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는 7.9%를 차지해 전체 순위 5위에 머물렀다.

차기 국무총리 등 ‘돌파구 마련’ 가능성도
이어 2위는 박원순 서울시장(15.8%), 3위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13.7%)이 차지했다. 이어 4위는 정몽준 전 의원(10.6%), 5위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9.0%)가 이름을 올렸다.
김문수 전 지사는 6.3%로 6위를 차지했다. 여권 유력 후보 중에서는 2위에 올랐지만, 1위인 김무성 대표와의 차이가 상당하다. 이 조사는 전화면접 및 자동 응답 전화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병행해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러한 지지율의 지지부진함 이외에도 김문수 전 지사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절호의 타이밍을 사실상 놓쳤다는 분석”이 널리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무엇보다 앞으로 국회의원 재보선이 언제 실시될지 극히 불투명하다”며 “더욱이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되며, 김무성 대표로 상징되는 당 지도부가 현재 7·30재보선을 계기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김 전 지사가 지도부로 입성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는 당분간 당 밖에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나 당 지도부로 복귀하지 않고 대권을 준비하기에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계 일각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가 두 차례 선거에 아무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평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에서 김문수 전 지사는 서울 동작을 선거캠프에 핵심 참모들을 대거 보내 나경원 의원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아울러 김문수 전 지사 본인 또한 경기 수원·평택·김포 등 수도권 선거 지역을 부지런히 돌며 새누리당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하며 공중전을 펼쳤다면, 김문수 전 지사는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밑바닥’ 지원 유세를 치열하게 펼쳤다는 게 중평이다.
이에 대해 김문수 전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전 지사가 ‘비록 자신은 선거에 안 나가더라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에 후보 당사자보다 훨씬 더 열심히 선거 현장을 뛰려고 했었다”며 “아무튼 이번 재보선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측근은 “김문수 전 지사의 불출마 선택은 정치적 유·불리를 세세하게 따지지 않은 순수한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김문수 전 지사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비판하는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8월 2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7·30재보선으로 중단했던 봉사활동을 오는 23일까지 재개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김 전 지사의 이번 꽃동네 봉사활동 재개를 사실상 대권 도전 행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한 정계 일각에서는 “향후 김문수 전 지사가 새누리당보다는 차기 총리 등 청와대와 정부에서 먼저 입지를 다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김 전 지사가 굳이 벌써부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김무성 대표 체제와 경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 평론가는 “현재 청와대는 젊은 감각을 불어넣을 국무총리가 필요하고 이와 동시에 ‘친박’을 대표할 대권 주자 후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청와대의 요구와 김문수 전 지사의 야심이 서로 잘 맞아떨어질 경우, 앞으로 김 전 지사가 의외의 방향에서 김무성 대표와 동등하게 대적할 수 있는 유력 인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