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대 미스테리
세월호 3대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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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타살설,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 국정원 문서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해서 각계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야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급기야 ‘새누리정치연합’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번 일을 지켜보고 잇는 밑바닥 민심에선 정치권에 대한 쓰디쓴 환멸감이 더 깊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수백 명이 죽고 아직도 실종자 수색이 진행중인 대형참사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이러한 참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고 하는 지당한 요구가 정파·정략적 역학관계에 좌초당해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3대 미스테리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인터넷 등을 통해 깊은 바다 속을 도저하게 흐르는 저류처럼 움직이고 있다.

▲ 침몰한 세월호 선박 안에서 건져올린 노트북에서 복원한 국정원지시사항 문서. 이 안에는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적혀 있어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 유병언 타살설 미스테리

8월 1일자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 19회 방송에서 김어준씨는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이 ‘타살 뒤 옮겨졌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 설을 요약해 보면, 유병언의 시신이 놓여 있던 곳에는 바랭이풀이 있었는데, 보통 바랭이풀은 쓰러진 후 수일 내에 자라나며 일어난다. 그러나 시체 주변의 풀은 유병언이 사망한 지 20여일 가까이 지난 후에도 쓰러진 그대로였다. 이는 시체가 발견되던 시점을 전후해서 시체가 옮겨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병언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5월 25일 무렵부터 시신이 발견된 6월 12일까지 그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내내 놓여 있었다는 것이 의심된다. 더우기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니라 근처 주민이 자기 집에서 내다보일 정도로 개방된 장소다. 이런 곳에서 썩어가는 사체가 수십일간 눈에 띄지 않았고 근처에 있던 개들도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것은 진실에 눈을 가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검경은 시신이 바로 유병언과 일치한다는 DNA 결과에만 묻어가려고 하지 말고 정황상 드러난 의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면서 사망원인에 초점을 맞춰 수사해야 한다.

더불어 산케이 신문이 보도한 후 논란이 커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테리다. 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도대체 누구와 있었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한일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조선일보의 칼럼을 토대로 해서 산케이 신문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사고 당일 수십 차례에 걸쳐 서면 등의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시간 동안 청와대 어디에 있었는지 경내에 있었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미스테리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대정부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국가혁신을 불신의 해소부터 시작하지 않고 각종 이슈 돌려막기 식으로 시간만 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 세월호 국정원 문서

세월호 국정원 문서에 대한 사실규명이 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국정원이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5월 공개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를 통해서였다. 여기에는 세월호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닷속에서 건져낸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발견되고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이를 공표하면서 세간의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은 자신들은 이 문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재떨이 위치 선정’까지 문서에 남기며 이를 지적사항이라며 작성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무 쓸데가 없는 그런 문서를 만들면서 추가 노동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세월호-국정원 커넥션이 밝혀지지 않으며 국민 불신만 자초할 뿐이다.

이러한 미스테리들은 개별적으로도 수수께끼 성격을 띠고 있지만 유병언 타살설-박근혜 7시간 미스테리-국정원 세월호 커넥션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 지난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서 세월호 유가족 뿐만 아니라 각계 시민단체가 '정치적 야합'이라고 반반하고 나서 새로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사진 홍금표기자)

◼ 의혹 풀지 않으면 후폭풍으로 돌아와

이때 국정원은 어떤 역할을 했길래 국정원지시사항이란 문서가 침몰한 세월호에서 나왔는지, 국정원은 대체 무엇 때문에 세월호에 그런 지시를 내려야만 했는지, 이는 해경의 부실 구조작업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해경은 일부러 구조를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렇다면 왜 그러한 부실 구조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은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지금 알고 있는지 등 잠시 생각해 봐도 끝이 없다.

4월 16일 세월호 참극 이후 이 나라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와 그 유족들은 물론이요, 그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도 세월호 관련 강박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깊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수 경제도 살리고 ‘통일대박’ 등 정부 과제를 수행하려면 무엇보다도 대국민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그게 순리다. 왜 그 쉽고 당당한 길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지 국민들 의심의 눈초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당장 진실을 덮어버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합리적 의심에 터한 의혹은 때가 되면 진실의 갑옷을 두르고 후폭풍처럼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때는 손을 쓸 수가 없다. 설령 손을 쓴다고 하더라도 역사에 남은 오명은 어쩔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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