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두 바퀴를 어찌 비교하리
수레 두 바퀴를 어찌 비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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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 경제적 성취도는 높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 20세부터 69세까지의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비교성향의 명암과 시사점’에 나온 이 같은 결과를 보니 복잡다단하고 시끄러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생각이 가닿는다.

많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단적으로 요약하면,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행복한 삶이란 타인이나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보다는 개인적 영달과 안락을 누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영역별로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노인층보다는 젊은층이,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는 자녀가 있는 사람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강한 비교성향을 보였고,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의 비교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경제적 소득과 더불어 소비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설령 채무가 있더라도 과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기 일에 몰두하고 타인과 경쟁하는 구도에서 전력으로 매진하며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을 고를 때에도 성취감이나 적성 및 흥미보다는 더 많은 보수와 위세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이들은 비교성향이 낮은 사람에 비해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많았고 술을 더 자주 많이 마셨다. 불안감,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고독에 대한 체감도가 높았고 사소한 걱정, 실패했다는 좌절감, 식욕감퇴 등 숨은 마음의 괴로움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좀 뜻밖의 결과도 나왔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경제적 성취도가 높기 때문에 어떤 논제나 문제에 대해 자기결정력도 강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도리어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자기 의견을 펼치기보다는 주변 의견을 따를 때 마음이 더 안심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무릅쓰고라도 자녀가 좋은 직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기유학을 보내고, 좋은 인성을 갖기보다는 공부를 더 하라고 하고,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사업상 위법 행위에 대해 더 관대한 태도로 대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는 그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법하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물질과 위세의 성취를 획득하기 위한 남과의 비교요, 다른 하나는 타인에게 자신을 비쳐보는 비교다. 앞의 비교는 남에게 밀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미래를 향해 불도저처럼 치고 나가려는 진취적 욕구에서 나오고, 뒤의 비교는 타인과 견주어 자신을 알아가는 성찰적 비교다. 앞의 비교는 자연히 승부욕이 경쟁을 과열시켜 여러 문제를 낳지만 뒤의 비교는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를 주어 좋은 사업구상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삶을 살아가면서 두 가지 비교는 다 필요할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만이 더 중요하다고 시야를 부러 좁힐 필요는 없다. 성취감을 느끼는 삶의 행복에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비교와 자신을 뒤돌아다보게 하는 비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서로 마주보고 함께 굴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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