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시네마, 영화 상영 도중 입구 붕괴
태풍이 지나가면서 여기저기서 붕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강한 바람과 많은 강우량 때문에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붕괴사고도 있지만 ‘부실시공’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부 붕괴도 있어 시공사에 대한 책임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이름에 오르내리는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시공능력 상위권에 속한 건설사여서 실망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지붕에 설치된 일부 설치물들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이틀간 열리지 못했다. 4위 자리를 놓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아타이거즈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야구팬들도 아쉬워했다.
강풍에 구조물 날아간 광주-KIA챔피언스필드
그동안 광주 무등경기장은 ‘최악’의 야구장 중 하나였다. 수용인원이 많지 않은 관중석을 제외하더라도 낡은 시설로 인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야구 최다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로서도 야구장을 얘기할 때는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군데군데 빠진 잔디에 딱딱한 펜스로 인해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광주광역시와 기아자동차는 994억 원을 들여 야구장을 신축했다. 수용인원만 2만2000석이 됐다. 여기에 각종 편의시설과 함께 외야에 가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애들을 이곳에서 놀도록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구장으로 대변신을 이뤘다.
하지만 지붕의 설치물이 설계에 반 정도에 그치는 바람으로 인해 떨어져 나갔다.
광주시와 시공사는 사고 발생 직후 곧바로 원인 분석에 돌입, 순간 초속 35m의 돌풍이 불어 지붕을 강타해 설치물들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결론 내렸으며, 현재 면밀한 원인분석을 하고 있다.
광주시와 시공사는 경기장 특성상 외야에 관중석을 만들지 않았고, 앞 쪽으로 바람을 막아줄 큰 건물이 없어 돌풍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후 문제가 된 지붕을 교체할 방침이다. 교체비용은 시공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시공사인 H건설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뿐만 아니라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서도 부실시공 ‘의혹’이 일어 경기장과는 악연이라는 얘기마저 듣고 있다.
지난 5월 H건설이 공사한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서쪽 실내주차장 벽에 균열이 생겨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내부 주자창과 맞닿아 있는 외부의 화단에 스며든 물이 벽의 균열을 타고 들어온 것이다.
H건설은 사전에 인천시에 방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천시 측은 예산 부족 이유를 들어 방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시선은 H건설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롯데시네마·원주 수련원 잇따라 천장 무너져
지난 10일 오후 6시 10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롯데시네마 천장에서 석고보드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1관뿐 아니라 2관의 관객들까지 긴급히 대피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빗물이 천장의 틈새로 들어와 석고보드에 스며들어, 무게가 무거워진 석고보드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는 다행히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 영화관 입구에서 발생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영화 시작 전이었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롯데시네마 측은 시공사인 GS건설과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 55분경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동서울레스피아 리조트 연수원 내 지하 2층 대강당에서 천장 구조물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계수양회와 아침 예배를 보던 서울 모 지역 교회연합회 회원 370여 명 중 한 명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13명이 찰과상 등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부상자들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성지병원, 원주의료원 등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강당 뒤편에서 목재로 된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몰딩 마감재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부실 공사 여부와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건물 붕괴사고가 올해 초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다.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모(43) 씨는 “20년가량 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하루가 멀다 않고 이어지는 건물 붕괴사고가 남 일 같지가 않다”며 “건물을 지은 건설사도 문제지만 안전진단을 대충하는 것도 문제다. 얼마 전 광주의 아파트에 균열이 생겼는데도 안전검사에서는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은 것을 보면 건설업계 전반에 안일한 생각이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일반인들은 건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건설사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의 양심이 더욱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서도 안전하고 튼튼한 건물을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