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습發 오바마 사면초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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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명분 없는 최악의 자충수 되나

미국인에게 10년 이라크 전쟁은 악몽이었다. 4400명이 죽었고, 부상자는 대략 3만명에 가공할 수준의 전쟁비용이 원인이 된 재정악화와 금융공황. 그런데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 지역에 공습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날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가 대학살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며 이슬람권의 급진세력인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하는 대량학살을 막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한적 공습 명분을 승인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자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백악관 갤러리

미국은 그 다음날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개시, 지난 2011년 철수한 지 30여개월만에 다시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공습 승인 이후 오바마의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오바마는 ‘우리는 변할 수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이라크 전쟁 종식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며 그동안 국제적 문제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천명해왔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미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인들도 오바마의 이라크 공습을 의심쩍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의심쩍은 명분의 약점을 비난하고 있다. 한편에선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강경발언도 나오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이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 40%에 주저앉은 재선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지상군 투입은 확전을 의미하며 ‘도로 이라크 전쟁’이 벌어질 경우 오바마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고 레임덕에 다리가 묶일 수 있다.

명분이 아리송한 공습 결정

오바마의 이라크 공습 승인 이후 오바마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이는 힐러리 클리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오바마 집권 1기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발간된 ‘애틀란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급진 무장 세력이 함부로 날뛰게 만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어 “멍청한 짓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오바마는 자신의 외교독트린을 설명하면서 DOSS란 말을 자주 언급했다. 이 말은 국제분쟁에 멍청하게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군사적 불개입주의’를 가리키는 말로 통했다. 그런데 클린턴 전 장광은 이번 이라크 공습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이라크 무장 급진 세력의 발호를 방치해두고 있다가 사후약방문 격으로 나온 조치라고 비판하고 “위대한 국가는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며 오바마 외교독트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클린턴의 오바마 공습 비판에 대해 그녀가 2016년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로 나서기 위해 이미 지지율이 바닥인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 속사정이야 두고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한때 정치적 동반자이기도 했던 클린턴 전 장관이 판단하기에도 이번 이라크 공습의 명분이 상당히 모순되다는 것이다.

▲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이라크 정치·군사적 최근 동향을 발표하기 직전 오바마의 모습 ⓒ 백악관 동영상 캡처

오바마 대통령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하게 되었을까? 오바마는 “미군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가 이슬람국가(IS)가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그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든 미국 국민과 시설물이 위협 당하게 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량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란 말을 언급하며 IS가 이라크 소수 야지디족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범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번 공습 결정이 전연 돌발적인 행동이었다고만 볼 수 없는 복선이 있었다.

연합뉴스 8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제한적 또는 다자적 개입주의’를 시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이 위협받는 경우와 인도적으로 대규모의 위기 상황에서만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이런 배경을 설정한 뒤에 오바마는 이라크 공습 승인을 밝히며 이번 조치는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고 ‘대량학살로 빚어지는 인도적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유럽 전역에 반유대주의 폭동 사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 오바마가 취한 행동들을 보면 그가 내세운 명분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앞뒤 맞지 않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정치세력으로서 하마스를 최대한 붕괴시키려고 작정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오바마는 케리 국무장관을 앞세워 이스라엘과 가자 사이에 휴전 협정 성사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친이스라엘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WSJ은 지난 7일 ‘오바마 행정부의 가자지구 휴전 촉구가 가진 맹점’이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평에서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침입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이스라엘과 가자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멈추는 것이라는 성명을 내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가자 사태에서 실리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명분마저 잃은 듯 보인다.

‘한국일보’는 8월 30일자에서 오바마의 인도주의적 공습 명분에 대해 “사실 이번 이라크 공습은 정확히 1년 전 시리아 사태 때 오바마의 태도와 정반대다. 작년 9월 오바마는 3주에 걸쳐 시리아 공습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햄릿 이상의 고민을 했다. 그는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살상하는 금지선을 넘은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격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하다 뜬금없이 화학무기 폐기협상으로 갔다”고 비꼬았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발발 이래 사망자는 17만 명을 넘어섰으며 인구 태반이 집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지상군 투입 딜레마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 승인을 하던 날부터 “미국의 지상군이 다시 이라크에 가지 않을 것이다”며 여러 번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2011년 이라크에서 철군은 이라크 국민 다수가 미군의 주둔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투병을 다시 이라크에 보내지 않겠다”고 거듭 지상군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는 휴가 도중에도 이런 입장을 재차 밝히기까지 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9일) 오벌 오피스에서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 백악관 갤러리

그러나 이미 솔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야 뻔하다. 공습해봤자 잘해야 IS의 진격을 ‘봉인’하는 데 불과하지 IS의 예봉을 꺽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심한 이라크 3차전’이란 기사에서 “미군의 IS 공습이 도움이 되겠지만 전세 역전은 하지 못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공습이 사실 전혀 효과가 없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임은 이어 미 장교들의 발언을 이용해 “오마바 대통령이 이라크에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은 큰 잘못”이라며 “IS를 이라크에서 몰아내려면 최대 지상군 15000명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화당도 지상군 투입을 압박하고 나섰다. 11일 미국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및 국방부 매파들이 “미군의 공습이 IS의 바그다드 진격을 잠시 멈추는 효과 외에 IS의 전력 약화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실낱같은 인도주의적 명분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발언이 바로 이어졌다. 피터 만수르 오하이오대 교수는 이라크 북부 산악지역에 고립된 소수 민족 4만여명 등에 제대로 된 인도주의 활동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1만∼1만5000여명 규모의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전 실전 전문가도 지상군 투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카터 햄 예비역 육군 대장은 10일 ABC 방송 ‘디스 위크’에 나와 공습은 IS의 진격을 잠시 주춤거리는 데 불과하며 전격적인 지상군의 투입 없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IS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한 이슬람 수니파 급진 조직으로 알려진 IS가 추구하는 목적은 그 정식명칭인 ISIL에서 잘 나타난다. ISIL은 이라크와 레반트(시리아 레바논 요르단을 아우르는 지명) 지역에 이슬람국가를 건설하자는 목적을 갖고 2003년에 결성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리더는 이라크 태생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로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1억6000만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으며 정예전투병만 줄잡아 1만2000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신문’은11일자 기사에서 IS에 대해 “IS는 오합지졸의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매년 작전 현황이 담긴 연례 성과보고서를 발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까지 하는 데다 종교적 신념에 목숨 바치려는 전사들이 즐비한 기업형 무장조직이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 묘수를 발휘하지 않는 한 지상군 투입 문제가 이라크 공습 작전에서 발목을 붙잡을 정황이 무르익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지상에 맞붙은 IS가 뜻밖의 강적이라면 지상군 투입을 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라크 사태가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최악의 자충수, IS 미국 본토 공격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군사 개입이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지도자들이 새 정부를 세울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전투는 벌써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IS의 미국 본토 테러 가능성 등 심상찮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IS로 전향하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의 시일을 끌면 끌수록 그것은 결국 제2의 이라크 전쟁으로 확전되고 그 파장은 지구촌 생활과 경제의 전부문으로 뻗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지구촌은 이스라엘-가자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대립, 중국과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 등 곳곳에서 지역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급기야 대규모 전쟁 발발 가능성이라는 불안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습이 제2의 이라크 전쟁으로 커지게 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 불허다.

▲ 11일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존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하라며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6일 오후 미 상원의원 방한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조선비즈’는 8월10일자 기사에서 증시 전문가들이 미군의 이라크 내 공습 소식이 전해진 8일 미 증시가 상승 마감한 현상을 설명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않겠다’는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동요가 적었다”고 보도했다. 확전은 바로 경제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 책임에 대한 모든 비난은 오바마에게 향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랜 시간 IS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돌연 이라크 공습 결정을 내렸는지 그 진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 뒤에 감춰두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은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선2기 6년차 대통령의 레임덕 타개책이란 말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선 관측일 뿐이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그의 이라크 군사 개입이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자충수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면초가 상태에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그는 어떤 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라크 공습을 승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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