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총리에서 평의원 된 이해찬
실세총리에서 평의원 된 이해찬
  • 김윤재
  • 승인 2006.03.23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해찬 바람 정치권에서 어떻게 불까?
3.1절 골프파문으로 총리에서 사임한지 이제 일주일이 되어 간다. 21개월의 총리생활을 하면서 붙은 ‘실세총리’나 ‘권력의 이인자’라는 타이틀이 아닌 평의원으로 돌아온다. 지난 20일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에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과 나타난 이 의원은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그의 일거수에 관심이 많은 취재진들을 뒤로 하고 사무실로 들어간 이 의원은 “기자들은 안 만나”라는 말로 ‘골프 파문’ 보도에 대해 불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의원의 거취문제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좀 더 휴식이 필요하다”고만 말했다. 총리 취임 이후 폐쇄돼있는 그의 홈페이지도 “깨끗한 정치실현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말만 있고 아직도 휴식 중이다. 총리직을 관두면서 그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그의 예우문제로 고심이 많아 보인다. 한나라당도 의원 이해찬의 정치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어떤 직책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이 의원의 의정활동이 궁금하다. 어느 자리건 당사자인 이 전 총리는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야 한다. ◆공직자에서 의원으로 총리를 마치고 평의원이 된 사람은 여럿이 있었다. 김종필, 이회창, 이한동, 이홍구씨 등이 그들이다. 김종필, 이한동 씨는 총리가 되기 전 자민련의 총재였다. 이회창, 이홍구 씨는 총리직을 사임한 뒤 당시 신한국당의 당권과 대권을 위해 영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찬 의원은 좀 다른 면이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 같은 정치행보는 헌정사상 처음이다”라고 말한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앞서 말했던 사람들은 총리직을 전후해 자신들만의 강력한 ‘정치세력’과 ‘정치 지지자’들이 있었다. 이 의원의 경우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열린우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전 총리를 보스나 리더로 생각하는 당내 세력은 거의 없다”며 “이 전 총리 스스로도 그런 세력을 키우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말은 갑작스런 총리 사퇴로 그가 느끼는 공허함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리 사퇴 후 그의 영향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같이 내각에 있다가 먼저 당으로 돌아간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과 비교가 돼는 대목이다. 총리로써의 경호나 의전도 중지되고 수십명에 달했던 그의 참모진들도 이제는 6명 정도로 줄었다. 그가 느낄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다. 이 전 총리가 소속한 국회상임위는 보건복지위다. 한때 그의 보좌관이었던 유시민 장관을 상대로 정책질의를 벌이게 된다. ◆당에서의 역할은...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이 전 총리가 당으로 복귀하면서 그의 위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어떤 자리를 줘야 하나 많은 고심이 있다. 당 관계자는 “예우 차원에서 이 전 총리를 당 고문에 위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의 의원들이나 많은 관계자들도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지위는 현실적으로 좀 힘들 것 같다.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임한 것이 현실정치에 직접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것도 당에서는 심리적 압박감이다. 자리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이 전 총리의 성격적 특징도 한 몫 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목소리는 오히려 이 전 총리 자신이나 당이나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당 소속 의원은 “현재 지방선거에 이 전 총리를 투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 한 뒤 “국민들은 이 전 총리의 자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퇴 유보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을 ‘지방선거 필패론’을 내세워 노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정동영 의장과 당에 대한 원망도 조금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 의장은 “이해찬 의원은 친구다”며 “작은 부주위로 물러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맞이해 달라”며 당 의원들에게 부탁하며 당의 동요를 차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에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하는 예측이 가능하다. 부적절한 행동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어차피 이 전 총리는 당에서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 들과 더불어 영향력이 높은 인물 중 한명이다. 여당의 이화영 의원은 “이 전 총리의 경륜과 경험이 당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료 의원들도 그 생각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가 아니면 대선에서는? 골프라는 악재를 만나 갑작스럽게 퇴임한 이 전 총리.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지방선거에서 목소리를 안낸다면 중요한 대선에서의 목소리에도 관심이 높다.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 전총리가 조용하게 인고의 시간을 가지고 대선 준비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여권 내 대선 후보 경쟁 국면에서 이 전 총리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김 최고위원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 컨설팅 업체인 이원컴의 김능구 대표는 지방선거 후 ‘이해찬 친노 신당’의 탄생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도 우리당의 정 의장이나 김 최고위원이 다음 대선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현재의 여당이 아닌 다른 후보를 밀 수도 있다. 지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때도 유 장관에 대해 “차차기 대선후보로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듯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 때 이 전 총리가 지난 대선때처럼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 만든 열린우리당처럼 친노 직계의 신당 출현도 어렵지 않게 생각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전 총리가 주도적 입장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 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을 잘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물러난 이 전 총리. 자신이 맡은 일은 무슨 수를 쓰던 해내는 그의 특성상 이 의원의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정치실험을 할지 ‘이해찬 발(發) 태풍’에 대한 기대와 예상이 무성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