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서부를 만나다
황혼의 서부를 만나다
  • 강정아
  • 승인 2006.03.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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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만, 샘 페킨파 서부극 특별전'
미국의 서부극은 그 기원이 영화의 기원과 일치하는 유일한 장르이자, 오랫동안 중단 없이 만들어지는 장르 영화중의 하나이다. 서부극은 신화의 세계, 법과 국가, 그리고 공동체의 탄생에 대한 특별한 주제를 담아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이다. 1940년대 존 포드의 고전적 서부극은 존 웨인이라는 서부의 영웅을 탄생시켰고, 이어 1950년대 전후의 암울한 미국의 분위기를 반영한 새로운 서부극이 탄생하며 동시에 서부극의 영웅 또한 변모해간다. 오는 4월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1950년대와 60년대를 대표하는 서부극의 두 명의 거장, 안소니 만과 샘 페킨파의 서부극을 상영한다. 유장한 서부극의 흐름 속에서도, 부패해 가는 공동체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사회적 갈등과 불안에 초점을 맞춘 ‘심리적 웨스턴’의 거장 안소니 만과, 서부 개척이 낭만적인 모험이 아니라 영토 확장을 위한 침탈이었음을 폭로하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창시자 샘 페킨파가 그려내는 서부는 말하자면 ‘황혼의 서부’라 할 수 있다. 안소니 만의 심리적인 웨스턴의 세계에는 제임스 스튜어트, 헨리 폰다, 게리 쿠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웅이 등장한다. 서부극 장르를 혁신한 샘 페킨파는 '대평원', '케이블 호그의 노래', '관계의 종말'과 같은 작품에서 목가적인 신화의 세계가 아니라 지치고 비열한 떠돌이 무법자들로 들끓는 서부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안소니 만과 샘 페킨파는 서부의 신화를 의문시하며 자신들의 서부극에 폭력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시적인 서부의 황혼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이상향을 구축했던 존 포드 이후 서부극의 자기 진화와 분화의 경로를 살펴보는 가장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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