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발목잡힌 남경필, ‘수난시대’
가족에 발목잡힌 남경필,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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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이전 아들 문제 적발됐다면…”

젊고 개혁적 성향에 여당 5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정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남경필 지사가 현재 곤혹스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장남과 부인 문제, 그리고 동생 문제 때문이다.

▲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까지 올랐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정사 문제로 심각한 정치적 데미지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의 군 가혹행위 문제를 비롯해 이혼 문제까지 남 지사는 현재 맘 편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잇따른 군내 가혹행위 문제가 사회적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 중인 남 지사의 아들도 가혹행위 가해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것.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남 지사는 부랴부랴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남 지사의 가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최근 부인과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혼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법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기 대권반열에 오른 그가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정서에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새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이런 부정적 이미지들이 확산되고 있는 중에 설상가상 남 지사가 동생이 운영하는 시외버스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남 지사가 집안 문제로 숨 돌릴 틈도 없이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수신제가 중시하는 한국정서에…
장남의 군내 폭행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1일 부인과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남 지사와 부인 이 모 씨는 지난 11일 이혼에 합의했다. 남 지사 부인 이 씨는 지난달 말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남 지사의 선거운동 과정에 왜 부인이 함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다. 당시 부인 이 씨는 선거운동에 함께 나서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선거 당일 투표소에도 함께 가지 않았었다.

한국인들의 정서상 정치 지도자 가정의 화목한 모습은 무엇에 앞서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가정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가 대소사를 이끌어갈 수 있냐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경필 지사는 어떠한 개인적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향후 더 큰 정치에 도전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20일 남 지사는 예정됐던 일정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확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남경필 도지사는 충실히 도정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문 진화에 나섰다.

경기도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비서진과 연락을 끊은 상태’라는 내용이 사실과 달라 아래와 같이 해명한다”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9일 밤 10시 20분부터 을지연습 훈련장을 찾아 공무원과 군인들을 격려했으며, 20일 아침 8시에도 을지연습 훈련장을 찾아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일 오후 3시에는 시화산단 현장훈련, 저녁 7시 조직개편 회의, 을지훈련근무자 격려 계획 등의 공식 일정이 예정돼 있으며 계속되는 내부 회의, 보고 등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경필 도지사는 지난 17일 장남의 군 가혹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힌 후 대외일정을 최소화하고,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며 “남 지사는 비서진과 연락을 끊은 적도 없으며, 개인적인 일로 도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일축했다.

◆본질은 ‘이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이혼이라는 문제는 지극히 개인사이기 때문에 이것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얘기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남 지사의 이혼 문제가 크게 떠들썩하긴 하지만, 정치권이 이에 대해서만큼은 조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혼’은 대중에게 하나의 가십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얘기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들 문제다. 군내 가혹행위 문제가 사회적 핫 이슈로 부상해 들끓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일이었는데, 남 지사 아들은 불구덩이 속에 스스로 뛰어든 상황이 돼버렸다. 지난 17일 군에 따르면, 육군 6사단 예하 의무부대에서 근무하는 남경필 지사의 아들 남 모 상병이 후임을 수개월 간 폭행하고 성추행해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남 상병은 후임병이 맡은 일과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턱과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후임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남 상병은 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장난이었다”며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자, 남 지사는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5일 한 중앙일간지에 게재한 그의 기고문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남 지사는 기고문에서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 시를 인용하며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선친의 마음을 짐작이나마 했다”며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 지사는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고 덧붙여 썼다. 자신의 아들이 가혹행위 가해자로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매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며 자신의 아들만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된 것이다. 남 지사는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라며 “며칠 전 휴가 나온 둘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고문, 혹시 대필이었나?
파문이 일자, 남 지사 측은 ‘기고문은 남 지사가 군으로부터 아들의 문제를 통보 받기 전인 12일 이미 작성해 언론사에 보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으로부터 통보 받은 것은 13일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썼던 기고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상으로 따져보면, 12일 기고문 언론사 제출 → 13일 군으로부터 아들 가혹행위 사실 통보 → 15일 기고문 언론 게재 → 17일 언론 등을 통해 파문 확산 → 18일 페이스북 사과 이러한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 지사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기고문이 실리기 사흘 전에 보낸 것이었다면, 아들의 문제를 알고 난 뒤에는 기고문 게재를 철회해줄 것을 언론사에 요청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들끓으면서다.

만일의 경우는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볼 수도 있다. 기고문을 남 지사가 직접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다. 정치인들은 연설과 메시지를 담당하는 보좌 인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남 지사도 이번 기고문을 직접 쓴 것이 아닌,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대변인실 또는 비서실 등에서 대필해 언론에 보낸 것일 수 있다.

정국 현안이나 정치적 민감 사안에 대한 글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 감성을 담은 기고문이었기 때문에 남 지사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싸인 했고(또는 보좌진 차원에서),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대필한 사실이 드러난 후폭풍도 적잖을 수밖에 없는 탓에, 남 지사는 그대로 숱한 의혹과 비난을 안고 가겠다 판단했을 수 있다는 가정이다.

▲ 군인권센터 등은 군 수사당국이 남경필 지사 아들 남모 상병에 대해 봐주기 축소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남모 상병의 혐의는 크게 축소된 것으로, 즉각적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감춰진 충격적 사실, 자신의 성기를…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의혹과 문제가 뒤따랐다. 군에서 의도적으로 남 상병 사건을 축소-은혜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와 관련,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본 센터가 입수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남모 상병은 2014년 7월말~8월초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피해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성기를 툭툭치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며 “또한 2014년 4월초~8월초 경계근무지에서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일병의 얼굴 등을 주먹 등으로 7차례에 걸쳐 총 50회 폭행했다”고 밝혔다.

임태훈 소장은 “하지만 군 당국은 남모 상병의 범죄가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28사단 윤일병 사건 등 다른 사건에서도 보듯이 증거 인멸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소장은 “이번 사건은 결코 경미하지 않은 강제추행과 폭행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남모 상병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식 수사”라며 “따라서 6사단 헌병대장과 수사관에 대한 즉각적인 보직해임과 더불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남모 상병과 관련해 나온 보도를 보면, 뒤에서 껴안고 지퍼를 툭툭 쳤으며 수차례 폭행을 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본 센터가 입수한 수사기록에 의하면 남모 상병은 후임인 피해자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비비고 성기를 툭툭쳤다고 한다. 이는 강제추행죄 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진 채 축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임 소장은 “남모 상병은 수차례 폭행했다고 하지만 수사기록에 따르면 최소한 4개월 동안 50회 이상 폭행했다”며 “이 또한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모 상병의 아버지(남경필 지사)에게 사건을 고지한 8월 13일부터 지역 언론의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한 17일까지 5일 동안 군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군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소장은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군 당국이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축소-은폐하는 조직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6사단 헌병대는 즉각 수사를 중단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 감찰단에게 수사를 이관해야 한다. 나아가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과정 전반에 대해 공개적이고도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야 일간의 의혹을 일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6사단 군사법원은 남 상병에 대한 헌병대의 영장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갖가지 봐주기 논란이 확산되자, 군은 20일 남 상병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관할권을 6사단에서 5군단 보통검찰부로 이관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남 지사 아들 문제가 지방선거 이전에 드러났더라면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 상병 문제를 언급하며 백승주 국방부 차관을 상대로 “지방선거가 6월 4일에 있었는데, 이 사건이 5월말에 적발됐으면 경기지사 선거가 어떻게 됐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는 유난히 후보자의 자녀들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고 전세가 뒤집혔다”고 말하며 백승주 차관에게 “제대로 적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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