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순 중국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죽음을 당했다. 떼강도가 침입했다거나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천장이 내려앉았다거나 갑자기 멀쩡하던 바닥이 꺼지는 바람에 생긴 검은 우물 같은 씽크홀 속으로 떨어져 죽은 것이 아니었다. 사망 원인은 간단했다. …집단구타. 생면부지의 남녀 대여섯 명한테 맞아 죽었다. 이들이 죽도록 때린 이유는 죽은 여인이 그들에게 원하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하나가 한 사람 목숨을 앗아간 꼴이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동방의 번개' 또는 '전능신교회'라고 하는 기독교계통의 신흥종파로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교'로 규정되는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죽은 여인을 자신들의 종교로 개종시키는 과정에서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전화번호가 필요했는데, 이들을 보고 미쳤다고 생각한 여인은 당연히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화가 난 신흥종교 회원들은 의자와 대걸레 자루 등으로 죽을 때까지 여자를 구타했다. 가게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이들의 구타하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고 이 동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사이비종교라 하면 한국인들에게 그닥 낯설지 않다. 소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압축근대화' 과정에서 눈부신 도시화를 이룩한 한국사회에 아름다운 독버섯처럼 허무주의가 번지기 시작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겉보매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대상에 광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약점에 대한 통찰력이 남다른 사이비종교의 교주들은 물질적 궁핍에서 해방됐지만 정신적 기근에 시달리고 있던 이들에게 자신만 믿으면 곧 거짓 희망이 실현될 날이 올 것이라고 유혹의 미끼를 던진 다음에 이들의 재산과 육체와 인생을 낚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사이비종교 자체보다는 그 교주의 매력에 빠져든 신도들은 맹목적인 믿음의 힘으로 타인들에게 접근해서 전도와 개종활동을 벌여 나갔다. 모든 사이비종교의 내부적 원칙이랄 수 있는 특징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모든 사이비종교는 백퍼센트 전체주의 집단이다. 나와 다른 생각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끔 세뇌된 광신도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집단 내부의 등뼈에서 '유연성'이라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이 빠져나간다.
같은 믿음을 공유하되 쌍방 비판 의식이 마비된 사이비종교 집단의 사고방식은 나와 같은 편이 아니면 곧 적이라는 결론적 단정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때부터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적은 살려둬선 안 된다는 극단적인 논리가 사이비종교 집단 내부에 망령들처럼 깃들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게 되면 옴진리교의 살인가스 테러처럼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지는 범죄가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행되기도 한다.
타인의 다른 종교나 가치관을 '차이'로 인정하는 관용심이 부족한 사회는 각종 대립으로 분열하게 마련이다. 극좌나 극우들이 설치게 되는 사회는 중도층의 세력이 약화되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극좌와 극우는 흔한 말대로 적대적 공존 관계에 있다. 이들 집단은 태생적으로 사이비종교와 유사한 전체주의 성향을 보인다. 이들 집단은 절대불변의 어떤 확신 속에서 정치적 행위를 한다. 자기 주관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자기 설득적인 목소리와 언행에는 어떤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극좌와 극우의 지도급 인사들은 사이비교주와 많이 닮았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을 보자.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가 몰려 있는 이 지역은 어제도 싸웠고 오늘도 싸우고 있다. 어쩌면 내일도 싸울 것이다. 전쟁하는 군인들보다 어린이와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죽었다. 사태가 이러하다면 군인들이 민간인을 보호하는 존재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차라리 민간인들을 잘 죽이는 집단이 군대라는 말이 성립할 것 같다. 전쟁이 히스테리칼하고 난폭해졌다. 전쟁에서도 준수해야 할 기본선이 지워졌다. 학교나 병원, 쇼핑몰도 폭격 대상이 됐다. 중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 여성을 향해 "저 여자는 악마다"라고 말한 뒤 집단구타를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