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모두의 유연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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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이나 단식농성을 펼쳐오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28일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생사의 갈림길까지 다가갔던 그는 둘째 딸아이와 노모를 생각해 단식을 중단했다고 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가 생존의 길을 선택한 일은 잘한 일이고 또 다행스러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밝힌 입장에 다소 씁쓸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김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가 너무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하며 “밥을 먹고 보신을 하면서 광화문에 다시 나가 국민들과 힘을 합치려 한다”는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화해와 종결의 의미로서 단식중단이 아닌, 더 큰 힘을 모아 투쟁에 나서겠다는 사실상의 엄포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무려 46일간이나 단식을 했던 몸이 원래대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개 월 또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는 그렇게 오랜 시간 지체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김 씨는 결국 움직일 수 있는 기력만 찾게 되는 대로 다시 광화문 거리에 나서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김 씨가 단식농성을 풀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더라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 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듭된 김 씨의 면담 요청에 거부 의사를 밝혀온 청와대 또한 엄청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컸다. 다행히 김 씨가 단식농성을 중단하면서 여권을 향해 다가오던 거대한 폭풍은 일단 잦아든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두고 인터넷과 SNS 등 일각에서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없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누군가는 김 씨를 둘러싼 ‘아빠자격’ ‘금속노조원’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해명하는 등 논란이 일자 단식을 중단했다며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식농성을 중단해버리는 바람에 새누리당만 좋게 됐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리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갈라서서 끝없는 대치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김 씨의 단식 중단으로 장외투쟁과 동조 단식농성까지 펼쳐온 새정치민주연합은 난처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김 씨가 다시 몸을 추스르고 국민적 힘을 모아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야당은 또 김 씨의 행보에 끌려가게 될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결국 그렇다면, 이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김영오 씨로 대표되는 세월호 유가족과 새누리당 양자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아픔과 46일간 단식이라는 극한의 고통 속에 처해 있는 김영오 씨에게 국가와 정치권이 또 양보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새누리당이 한 걸음 더 양보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장외로 나가 민생법안마저 외면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국회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그토록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국민의 의견인지 새누리당만의 입장인 것인지 한번쯤 유연하게 확인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도 불가하다면, 국민 앞에서 3자가 참여하는 끝장토론이라도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입장을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막힌 정국을 뚫어낼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새누리당의 무조건 ‘안 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무조건 ‘강경투쟁’도 이제는 조금씩 유연해지길 기대해본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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