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청년의 <체홉의 단편소설>
근래 들어 안톤 체홉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걸작 <갈매기>가 프랑스의 끌로드 밀러 감독에 의해 <우리의 릴리>라는 제목의 영화로 소개되더니, 다시 <갈매기> 원작이 국내무대에서 공연되기도 하고, 이번에는 체홉의 단편소설들을 묶은 극단 청년의 <체홉의 단편소설>까지 등장, 최근 유행하던 피터 쉐퍼 열풍의 뒤를 예상 외로 안톱 체홉이 이으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체홉의 단편소설>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대표작들이 아닌, 미발표된 단편소설 작품들을 모아 번역희곡화한 것으로, 체홉을 '연극으로 먼저 소개'한다는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 공연되는 작품은 연극화 국내 '초연'이기도 더욱 주목을 사고 있는 것.
이번 공연에서 선보여지는 체홉의 단편은 모두 5편으로, 가난한 의과 대학생과 동거하는 순종적인 여인 아뉴타의 이야기를 담은 '아뉴타'와 우유부단한 가정교사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계획을 꾸미는 주인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우유부단', 여배우와 극장주 사이의 기묘한 관계와 계약을 흥미롭게 묘사한 '소파 밑의 극장주', 한 신출내기 가정교사가 겪는 '브로치 도난사건'을 담은 '대소동', 밤무대 여가수가 애인의 아내와 벌이는 실랑이를 그린 '밤무대 여가수' 등이며, 정직하고 순차적인 체홉 특유의 전개와 명확한 주제가 이번 연극에서도 그대로 살아나 원작을 맛을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세밀한 심리묘사와 특유의 염세주의적 주제로 잘 알려져 있는 안톤 체홉, 그의 작품세계를 연극으로 느끼며 새로운 감흥에 젖어보는 것도 느슨해진 감각을 일깨우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장소: 인켈아트홀 2관, 일시: 2003.11.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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