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15년 만에 밝히는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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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출판기념회…그룹 헤체 관련 심경 밝혀

▲ 실패한 경영인으로의 말로를 보내고 있는 그가 오래도록 침묵했던 입을 열었다. 그가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수많은 기업인들의 롤 모델이었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는 당시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현재는 실패한 경영인으로의 말로를 보내고 있는 그가 오래도록 침묵했던 입을 열었다. 그가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김우중 과거 최고경영인에서 ‘실패’한 경영자로
‘추징금 때문인가 명예회복 때문인가’ 공방여전
신장섭 “‘김우중法’ 무효다” 개정안 추진될까?

8월 26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인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됐다. 책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김 전 회장과 20여 차례에 걸쳐 나눈 대화를 묶은 내용으로 김우중 전 회장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회고록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

회고록은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에 정부 관료들의 의견충돌로 대우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거의 공짜로 넘어갔다고 밝히며 김 전 회장과 경제 관료들과의 충돌과 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신장섭 교수와 김우중 회장은 2010년 책 출간에 합의하고 집필을 위해 20여 차례 만나 150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은 지나친 확장 투자를 벌이다 대우차의 부실로 몰락했다는 것이 재계 정설이었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은 실제로 벌어진 일과 다르다며 당시 경제 관료들과 충돌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경제의 더 큰 손실을 막는다며 GM에 대우자동차를 거의 공짜로 넘긴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 경제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면서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당시 금융감독원의 유동성 규제 조치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주장하는 ‘대우 해체는 김대중 정부 관료들의 음모’라는 부분에 대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당시 DJ정부는 대북사업 자금 충당을 위해 기업에 협찬금을 요구했는데 삼성, 현대 등은 거액을 납부했지만 대우는 이를 거부했고 마침 IMF로 인해 대우그룹에 위기가 닥치자 정부가 본보기로 해체시켰다는 것이다.

 김우중 전 회장의 눈물의 인사말

8월 26일 책 출간에 맞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대우특별포럼이 열렸다. 김 전 회장이 참석했으며 그는 인사말을 하며 회상에 잠긴 듯 눈물을 흘렸다. 그가 흘린 눈물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15년 만에 회고록을 펼친 것을 포함 대중 앞에 나타난 그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의 회고록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그는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정 세력이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단상에 올라 “워크아웃 15주년을 맞아 모인다고 해서 인사차 들렀다”며 “지난 일에 연연하려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려왔고, 국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며 “거기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행보를 두고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던 시기의 상황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15년 만에 입을 연 그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책 출간과 더불어 세상에 나와 폭로한 그의 의도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회고록을 포함 인사말에서도 대우그룹이 김대중 정부의 관료에 의해 기획해체 됐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가 30조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8월26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인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됐다. ⓒ뉴시스

회고록 베스트셀러에 올라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펴낸 ‘김우중과의 대화’가 출간 즉시 8월 5째 주 베스트셀러 차트에 15위로 진입했다. 이는 김우중 전 회장을 대해 여전히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대우그룹 해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우자동차 부실화 과정과 김 전 회장과 경제 관료들의 갈등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그리고 26일 해체 15년 만에 대우그룹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한 그의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부터 대북 특사로 일했던 남북관계 비화와 김우중 회장은 대북특사로 활동하면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노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한 내용도 담겨있다.

저자 신장섭 교수 “김우중 전 회장,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인 신장섭 교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김 전 회장이 비즈니스맨인데 국가와 민족 공동체 이야기를 계속해 놀랐다”며 “당초 수출에서 돈을 벌어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하는 그룹으로 나아가려고 구상한 김 전 회장이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중화학공업 쪽에 발을 담근 것도 이런 민족주의자로서의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의 사훈은 창조, 도전, 희생”으로 “민간 기업에서 희생을 강조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김 회장은 더군다나 조직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국가,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을 굉장히 강조”했다며 “이런 것 때문에 대우그룹의 독특한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대우그룹의 몰락을 두고 “대우는 성장신화는 일궜지만 구조조정을 등한시해 망한 기업으로 돼 있으나 실상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해서 몰락했다”며 “김 회장은 수출로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자본 급 성장기에 금융자본에 의해 망한 대표적 산업자본가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희생양”이라며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맥락에서 큰 그림으로 대우와 김 회장을 평가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에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처럼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한 나라가 어딨느냐”며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에 처했을 때 저금리를 유지하고, 씨티은행, AIG 등을 정부가 다 살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대우그룹 몰락을 불러온 금융위기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었는가도 다시 봐야한다”며 “기업가 책임이냐, 은행 책임이냐를 가려야 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실제로는 해외로의 자산 헐값 매각 등과 연관이 있지 않은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초래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장섭 교수는 “대우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희생양”이라며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맥락에서 큰 그림으로 대우와 김 회장을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또한 “한국 사회에선 이상하게 IMF 금융위기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는데 스티브 잡스도 위대하지만 한국 젊은이에겐 김우중, 정주영처럼 한국에 뿌리를 두고 세계에 나가 성공한 기업인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와 김우중 회장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함에도 국내에서는 잡스에겐 열광하고, 김우중에겐 부실 기업인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우중法’은 무효다?

지난해 ‘김우중법’이라고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추진된바 있다.  신 교수는 출판기념회에서 김우중 법에 대해 언급하며 “이 책은 추징금이 원천무효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횡령 증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징벌적으로 추징금을 부과했다”며 “증거가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추징금을 선고한 것으로 포퓰리즘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김우중법을 만들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가를 세 번 죽였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는 대우의 몰락이고, 두 번째는 재판을 받으며 징역형과 23조 원을 추징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책이 작년 8월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김우중법 때문에 출간이 1년 늦어졌다”고 고백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2005년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에 추징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현재 납부한 금액이 900억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행보를 두고 미납 추징금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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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창 2014-09-06 12:16:44
책을 읽고서야 알앗습니다. 회사가 수년동안 외환거래를 하면서 외환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추징금을 물린거더라구요. 원천무효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거구요. 수혜자가 회사인데 임직원에게 추징금을 그것도 18조를 물리는건 말이 안됩니다. 회장은 18조원 외환 담당전무는 23조원 이게 말이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