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 2분기 사상 최대 적대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노사분쟁으로 내분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19년 무파업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이 무색해졌다. 20년 만의 파업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실상을 들춰보자.
안팎으로 위기, 샌드위치 된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합의 결렬되고 파업은 ‘코앞에’
어닝쇼크인 올 상반기 실적, 속만 ‘답답’
현대중공업 노사 간 단체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통상임금 확대 요구안과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과 성과금 250%+α, 호봉승급분 5만 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마찰을 겪고 있다.
이에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밞고 있다. 만약 파업이 이뤄지면 2013년까지 이어져온 19년 연속 무파업 기록은 깨지게 된다. 지난달 26일 노조는 “3개월이 넘게 30차례나 성실히 교섭에 임했지만 사측의 무성의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 35차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 거부, 파업 ‘코앞’
현대중공업 노사가 9월1일에 열린 35차 교섭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회사 측이 처음으로 협상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2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일 울산 본사에서 제35차 교섭을 가졌다. 사측은 기본금 3만7000원 인상과 통상임금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제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가 주장하는 13만2013원을 인상안과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인상분은 3만7000원은 큰 차이를 보였다.
성과급도 노조 측은 기본급의 250%를 기본으로 추가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과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인 기본급의 800%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그중 700%만 포함시키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35차 교섭을 앞두고 “최근 조합원들로부터 동종사 근속년수 대비 급여차이, 현대자동차 임금협상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원하는 요구가 빗발쳤다”며 “이런 요구는 지난 10여 년간 사상 유래 없는 현대중공업의 고속성장 대비 형편없는 임금과 단협 내용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웃한 현대자동차 노동자와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생활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한 동네에 살면서 자존심 상하는 경우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현대자동차지부 요구안과 현대중공업노조의 요구안을 비교하면 현대중공업노조의 요구가 무리하지 않다는 것을 회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땀 흘려 일하는 현장민심을 저버리지 않는 만족할 만한 제시안을 기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러한 노조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결국 노조가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며 현대중공업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턱없이 부족한 제시안에 전 조합원 분노해
2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민주항해를 통해 “어제 회사 경영자들은 1만8000 조합원과 현대중공업 구성원 모두의 간절한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는 제시안을 내 놓았다”며 “노조 교섭위원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과 가족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기본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했건만,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 경영자들의 작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2014년 들어서면서 입사한 지 10년 안팎의 조합원들과 생계가 막막하다는 가족들의 눈물겨운 생활고를 전해 듣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생활임금의 기초인 기본급이 턱없이 낮아 잔업, 특근을 하고도 각종 공제금을 제하면 130~14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는 절규를 회사 경영자들은 잘 알면서 왜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이 3개월을 넘겨 35차까지 되도록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단체교섭 결렬이라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도 전혀 해결할 생각조차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경영자들의 작태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회사 경영자들이 제시한 내용은 1만8000 조합원과 현대중공업 구성원 모두를 기망한 엉터리 같은 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노조 교섭위원들은 어제 전혀 고민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회사 제시안에 교섭결렬을 선언했다”며 “회사 제시안 내용을 전해들은 조합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내용에 치를 떨었고 노동조합이 끈질긴 투쟁을 통해 반드시 2014년 투쟁을 승리로 쟁취하길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 저녁 전 조합원 보고대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준비한 각종 투쟁 전술을 실천에 옮길 때이며, 9월 3일 쟁의조정 신청을 거쳐 추석 휴가 이후 쟁의조정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끈질긴 파업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노조 파업에 기록적 손실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현대중고업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무려 1조 원 대에 이르는 2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 톱이라고 자부하던 현대중공업의 입지가 흔들릴 만한 사건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이번 타격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리란 전망이 나오며 더욱 불거지고 있다. 조선업 불황기에 저가에 수주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치명적인 손실이 되어 현대중공업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 한 듯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부터 임원진이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으며 경영위기 극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때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에 금융계는 대중공업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거나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래 없는 곤경에 처한 현대중공업이 안팎으로 엉켜버린 위기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