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여풍이 몰아친다
정치권에 여풍이 몰아친다
  • 남지연
  • 승인 2006.03.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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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총리 눈앞에 둔 재야 출신 여성운동 대모(代母) 한명숙
내적 성장의 동력(動力)으로 일컬어지는 모성의 특징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지구촌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모성 리더십'이다. 지난 2월 아프리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라이베리아가 대표적이다. 엘렌 존슨 설리퍼 대통령은 오랜 내전을 겪은 라이베리아를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아픈 자식'에 비유하면서 모성의 미덕을 내세운 선거 전략으로 승리했다. 이달 초 취임한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도 비슷한 경우다. 그녀는 아예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 '모성 리더십'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정치참여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정당의 대표나 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고 여성 각료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을 박근혜대표가 이끌고 있는 가운데 열린 우리당 한명숙의원에 대한 총리 지명으로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이 가시화되면서 `여성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여성 파워의 출현이 이번 지방선거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 “내 항해 방향은 국민의 평안과 행복” 21세기에 맞는, 따뜻하게 화합하는 여성 형 리더십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힌 한명숙 총리 후보자. 한 후보자가 27일 첫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3층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 총리실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는 “오늘은 청문회라는 높은 관문을 향해 출항하는 날로 여러분들은 같은 배를 탄 선원”이라며 “나는 국민의 평안과 행복으로 가는 배의 선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배를 움직이는 방향은 국민의 평안과 행복이다. 이를 기준 삼아 인사 청문회도 준비하고 앞으로 총리 역할도 하겠다”며 “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사안이 등장하겠지만 흔들림 없이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 각국 언론 집중 보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한명숙 후보자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각국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 총리후보자 인사배경을 야당과의 갈등은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일 아사히 "한 후보자, 일본 역사인식 비판 엄중"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일본 언론이다. 아사히신문은 25일 ‘뉴스의 얼굴-한국 첫 여성총리로 지명된 한명숙 씨’라는 기사에서 “이번 발탁은 이해찬 씨를 총리에서 끌어내려 의기양양한 야당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인선이라는 견해가 강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 지명자가 한·일 의원연맹의 부회장을 역임하고 오차노미즈 여대에 유학한 경험도 있는 ‘지일파’지만 “일본의 역사인식이나 헌법개정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또 한 지명자의 순탄치 않았던 인생역경을 소개하면서 “한 지명자는 ‘여성문제야말로 한국사회 모순의 집대성’이라는 신조로 개혁을 실천해왔다”고 전했다. ⇒ 중 해방 “한 후보자, 사회적 명망 탁월” 25일자 중국 해방일보도 “24일 62세의 생일을 맞은 한국 열린 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큰 생일선물을 받았다”며 “노 대통령이 한 의원을 지명한 것은 먼저 한 의원의 사회적 명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지명자의 영향력으로 국내 정세를 안정시켜, 5·31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 독 FAZ "균형의 여성"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25일자 ‘균형의 여성(Frau des Ausgleichs)’이란 기사를 통해 “한명숙 지명자의 이름은 이미 균형을 대변한 적이 있다”며 “한 씨가 초대 여성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 이는 정부가 양성의 기회평등을 실제로 추진하려고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보도했다. FAZ는 “야당은 (총리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중립은 총리직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며 “한국에서 통치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총리와 내각은 실행기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한국 첫 여성 총리 탄생 눈앞’이란 서울발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한명숙 총리후보자 지명은 중요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BBC는 24일 “여성부와 환경부장관을 지낸 한명숙 의원은 중도적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으며, 야당으로부터 적개심을 거의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경륜과 인품 갖춘 첫 여성 총리에 기대 커 13년이라는 긴 세월 남편 옥바라지를 하고 그 자신도 2년간이나 수인생활을 했으면서도 느슨하고 평화로운 한명숙 의원. 국무위원으로서의 직능을 완수, 역량을 발휘한 의회 의원으로서의 활동, 그리고 행정, 입법, 사법 국가기관의 3부를 섭렵한 그가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서 부드러운 리더십과 힘 있는 정책수행을 통해 주요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해주리라 기대해본다. 게다가 생태적으로 수용과 잉태와 생산이 본질인 모성이 아닌가. 모성보다 더 크고 넓고 깊은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집권의 당략에 목을 매고 있는 근시안적 정치인들에게 어머니의 손길로 우리가 함께 손잡고 나아갈 바를 제시해주길 또한 바래본다. ♠ "79년 아내 구속된 줄 모르고 교통사고로 면회 못 오나 했다" 한명숙 총리 후보자는 남편 박성준(65.사진) 성공회대 교수에 대해 "시대의 아픔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말한다. 이 '의식화 선배'는 총리를 아내로 둔 첫 한국 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통혁당 사건으로 1968년부터 13년 반 복역했다. 기독교 대학생 서클 '경제복지회'를 이끌었는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이를 통혁당에 포섭된 조직이라고 발표했다. 핵심 인사 4명은 사형을 당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감옥에 들어가 13년 반을 살았던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을 접고 감방에서 신학을 공부했다."고 밝힌 그는 그후 부인의 구속에 대해서는 "79년 3월인가 갑자기 50여 일간 아내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고무신을 바꿔 신을 여자는 아니어서 교통사고라도 당한 줄 알았다. 나중에 구속된 줄 알고 '죽지 않았구나'라고 안심되더라."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NGO 대학원에서 평화학을 가르친다. ♠ 한명숙 총리 후보, 독실한 신앙심에 근거한 각오 밝혀 한명숙 총리 후보자가 독실한 신앙심에 근거한 각오를 밝혀 관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1급 이상 간부들과 비공개 첫 회의를 하면서 주말 예배에 참석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총리 지명 뒤 첫 주일인 26일 경기도 일산의 한소망교회에 출석했다. 4부 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드리던 중 류영모 담임목사가 한 후보자를 단상 쪽으로 불러 선물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에는 웬 말뚝만한 쇠못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였다고 추정되는 15㎝ 정도 길이의 육각 못을 실물 크기로 재연한 것이다. 한 후보자는 총리실 간부들에게 “목사님이 못을 준 것은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내게 못을 박는 사람들도 포용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그 점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되새기면서 일할 각오”라고 밝혔다. 이 얘기를 할 때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표정이 비장해졌고,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졌다고 한다. 한 후보자는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와 목동 제자교회 등을 다니며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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