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권 창출의 공신이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될 뻔하다 무산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새정치연합의 분당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14일 <중앙SUNDAY>에 따르면, 이상돈 교수는 지난 12일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영입 문제를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 논란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나를 영입하려는) 박 위원장 같은 전략가 집단과 탈레반식 강경세력으로 쪼개져 있음이 이번 파동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며 “계파 갈등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야당 사람들끼리 이렇게 견해차가 크다면 뜻 맞는 이들끼리 갈라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질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이 이상 못할 수 없는 위기상태”라며 “그러다 보니 앞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당이 분열해 색깔별로 새로운 정당이 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이번 파동을 통해 그럴 가능성이 가시화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어, “어쨌든 나라를 위해 건전한 야당은 꼭 필요하다. 지금은 새정치연합이 지리멸렬해 보이지만, 총선까지 1년 반 넘게 시간이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새정치연합과 일할 생각임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이 분당하면 뜻이 맞는 세력에 합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도 이 교수는 “어떤 사람이 내게 농담이라며 ‘당신은 이제 박 위원장을 지옥까지 따라갈 신세’라고 하더라”라면서 “만일 박 위원장이 분당해 딴 살림을 차린다면 그 당의 진정성과 철학을 따져 보고 (합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먼저 배신했지 내가 배신했나”라며 ‘새누리당과 영영 결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미 그런 상태인데 뭘 새삼스럽게 묻냐”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이처럼 등을 돌리게 된데 대해서는 “마음이 떠났다. 이젠 정권이 교체돼야 할 것 같다”며 “정부가 계속 이렇게 (불통으로) 나가선 안 되잖나. 다음 정권까지 새누리당이 잡으면 MB정부 3기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MB 2기 정부’라고 강조하며 “현재 새누리당은 전부 친이들로 채워지지 않았나. 또 MB정부가 자원외교다, 4대강 개발이다 하면서 세금 80조원을 낭비했는데 박근혜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임 정부의 국력 낭비를 계승한 셈이다. 그래놓고 아무것도 아닌 데나 신경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자신의 영입을 강력히 반대한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들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려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처럼 외연을 확대해 제3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보니 새정치연합 의원들 간에 시각 차가 너무 크더라. 도저히 제3의 길을 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전화로 부탁해 왔을 때 내가 ‘문재인 의원과도 정말로 얘기가 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이 ‘그분이 옆에 있다’며 문 의원을 바꿔주더라”면서 “내가 문 의원에게 ‘당내에서 내 영입에 대해 얼마나 논의가 돼 있느냐’고 물으니 문 의원은 ‘도와달라’며 비대위원장을 맡으라는 취지로 얘기하더라”고 밝혔다.
문재인 의원이 이처럼 손을 내밀었음에도 일부 친노 인사들이 반대한데 대해선 “야당의 특성상 (같은 계파라도) 의원들이 군대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