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쌀 관세율을 발표한 가운데 농민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농민 단체 관계자 30여명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했지만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며 “전면 개방을 강행한 정부와 여당에 전국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율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을 제외한다는 약속, 낮아지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없다”며 “오직 대통령 선거 공약을 지금까지 몇 십번 우려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농민들과 협상도 하지 않고 쌀 전면 개방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민단체는 “70여개 시군에서 농기계 반납을 비롯한 농민 대회를 열 계획”이며 “이 자리에서는 WTO 통보를 저지하기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농민의 생명줄이고 식량 주권이 담긴 중요한 문제를 당과 정이 아침밥 먹으면서 회의를 한다는 것이 참 어처구니없다”며 “쌀밥이 목구멍에 넘어가는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날 당정 간담회장에 들어간 농민들에게 김무성 대표는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했다”며 “정작 김무성 대표는 폭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수백, 수천만의 농민을 농지에서 쫓아내고 마지막 남은 쌀마저 개방한 것이 농민들에게 행사한 폭력”이라고 힐난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은 생명선인 쌀 문제를 완전히 외부 독점 자본에 내주겠다고 하는 것은 현 정부의 범죄”라며 “쌀 개방 문제를 513% 관세로 막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이유진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로 매우 낮다. 그나마 쌀이 있어서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쌀시장마저 개방되면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들을 굶어 죽일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쌀시장을 개방하면서 농민들을 협상 테이블에도 부르지 않은 것은 마지막 남은 농민들의 자존감을 짓밟는 일”이라며 “정권이 국민을 생명으로 생각하는지 국민으로 생각하는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범국민 농민 운동 단체인 ‘국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 길’도 출범했다. 이들은 농업문제를 극복하고자 ‘국민과 함께하는’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들은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은 우리 농산물로 안전한 밥상을 지킬 권리가 있다. 농업 문제는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지켜야 할 문제”라며 “기필코 정부의 쌀 전면 개방을 막고 한중 FTA를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장장환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 노동계 관계자도 참석해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국민의 식량주권까지 빼앗고 농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한편 농민 단체들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쌀 전면개방 중단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2차 범국민대회’를 연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