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 및 '저연령화' 되어가는 학교폭력
학교폭력이 다시 그 고개를 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 고질적인 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온라인 교육사이트에서 실시한 초 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6%, 즉 10명 중 2명이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져 그 줄지 않는 피해가 두렵게만 느껴진다. 자폐증 중학생은 또래들의 집단 괴롭힘에 팔 골절 부상을 입었고 자신에게 서운한 말을 했다고 친구들과 모여 같은 반 학우를 술집과 공원에 끌고 다니면서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같은 반 친구로부터의 구타와 따돌림으로 사춘기 한창 예민한 감성들이 친구를 잃었다는 극한 상실감과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들도 많다. 사회에 나와 꿈들을 펼치기도 전에 폭력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인성교육의 결핍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책임져야할 마땅한 의무임을 느끼게 한다.
▶학교속의 조폭 ‘일진회’
싸움 짱을 중심으로 조직된 일진회는 학우들을 구타하거나 괴롭힘을 하는 정도가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니다. 서울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박모(14)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2월 13일까지 학교 근처 뒷골목과 야산에서 같은 학교 동급생 6명과 다른 학교 여학생 2명 등 9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각목과 주먹, 발 등으로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 현재 박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에 입원, 이들을 피해 다니며 무서워 전화도 받지 않는다. 경기도 포천의 모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5)군은 친구 8명과 함께 같은 중학교 출신 선배인 서모(16)군 등 7명에게 공터로 끌려갔다. 한 시간 남짓 주먹과 발 등으로 구타당한 적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로 명목은 ‘째려봤다’, ‘기분 나쁘게 웃는다’, ‘인사를 안한다’ 등의 별볼일없는 것들이다. 기가 막힌 일은 부산 북구 중학교 일진회 모임에서 이뤄졌다. 일진회 회원의 생일파티를 위해 모였던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신 남학생 14명과 여학생 8명 중 술에 취한 성모(14)군 등이 이모(14)양의 옷을 벗기면서 성추행했다. 이상한 느낌에 잠을 깬 이모양이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자 깨진 파편들이 일진회 ‘짱’인 강모(14)군의 이마에 맞았고 이에 강군은 이양의 버릇을 고친다며 남학생 모두가 이양을 윤간하라고 명령했다. 심지어 자고 있던 다른 여학생들도 모두 깨워 집단 성폭행을 하게 했다. 또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을 찍고, 그 이후에도 다시 수차례 여학생들을 성폭행했다. 사건 후 이양은 성폭행 후유증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폭행의 잔인함이 어른들의 조폭 세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여 지능화 되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고등학생의 절반 수준이었던 중학생 폭력 건수가 2004년이 넘으면서 수가 배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으로 폭력의 ‘저연령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날로 심각성은 더해져 간다.
▶고통 속 피해 아이들, 두고만 볼 수 없다
학교 폭력에 시달린 피해 아이들은 폭행과 따돌림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자살을 시도하며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경우도 많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너무 서글픈 나머지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반 애들의 시달림 끝에 이 방법을 택합니다.”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시 모중학교 3학년 양(16)군은 학교폭력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군의 책꽂이에서는 ‘우울증에 시달린 나날들… 죽고 싶다… 죄송해요 불행의 나날들 엄마 아빠 할머니 친척들’이라는 글과 함께 같은 학년 학생 11명의 이름이 쓰여 있는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고교에 갓 입학한 대구의 K양도 신경안정제로 추정되는 30 여알의 약을 먹고 쓰러져 있는 것이 부모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K양은 중학교 동창생 친구들이 나쁜 소문을 만들어 내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하는 등 왕따와 사이버폭력의 집단 괴롭힘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줄지 않는 피해에 정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예방·근절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및 교육 강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전문능력 제고 등 5대 영역에 걸쳐 46개 과제가 추진된다.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공무원·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각 시·도교육청에는 학교폭력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교), 학교폭력대책반(경찰청) 등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경찰청이 주관하고 교육부·행자부·법무부·문광부 등의 협조로 매년 3∼4월(2개월간)에 '학교폭력 자수 및 피해신고 기간'을 운영, 자발적 폭력 신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한 학교폭력 발생 때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않는 학교나 학교장에 대해서 엄격히 문책할 것을 밝히며 학교폭력 예방을 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이 나서서 도울 것을 당부, 우수학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예방 활동을 소홀히 하거나 폭력사태 발생시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교장과 교원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또한 상담과 의료, 수사 법률 등을 도움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지원센터’를 전국 13지역에 설치하면서 피해 학생을 돌볼 것을 강조했고 일선 학교에서는 ‘스쿨폴리스’제도를 실시, 그 효과를 따져보고 확대해 나갈 것을 밝히면서 ‘학교폭력 뿌리뽑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부모’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먼저 대화 시간을 늘리고 고민을 나누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자녀는 혼자서 해결하려 하면서 더욱 깊이 상처받아 결국 자살로 방치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가해 학생의 경우 가정에서 상실된 정서적 만족감 때문에 학교에서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심리가 학교폭력으로 반영되듯 가정내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기본적인 해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폭력보다는 서로 아껴주며 교감을 이루는 세상을 어른들이 먼저 만들어 가는 것이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는 그 날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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