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명박
외로운 이명박
  • 김윤재
  • 승인 2006.03.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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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 내 편이 없네
“청계천에서 벌어놓은 거 남산에서 다 까먹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서울시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하는 체념섞인 발언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청계천 특수’를 ‘황제 테니스’라는 네트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장 측의 걱정은 서로 치고받는 공방전 때문만은 아니다. 열심히 싸우는데 아군이 하나도 없는, 이 시장에 대해 어느 누구도 두둔하고 나서지 않는 ‘외로움’ 때문이다. 아군인 한나라당에서도 이 시장과 일정거리를 두고 있다. 이 시장의 편에 서서 옹호해주는 사람은 홍준표·정두언 의원 둘뿐이다. 그들은 누구나 아는 친 이명박 계 사람이다. 홍 의원은 “여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흠집 내기에 공식적으로 나섰다”고 반격했고, 정두언 의원도 “과거 ‘이회창 죽이기’가 연상된다”며 이 시장을 ‘엄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철저히 거리를 뒀다. 당 차원에선 이계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해찬 골프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거든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 측은 미국을 방문 했을 때와 그리고 귀국을 한 후에도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황제 테니스’관련 해명자료와 입장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대표의 ‘이명박 대세론’ 죽이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친 이명박계 의원들의 비판 도와 줘야 할 의원들이 이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공직자들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선공후사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공후사의 정신’의 반대 의미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말한 ‘특권의식’이다. 정 의장은 “테니스를 친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시장의 특권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한나라당의 높은 당 지지도는 박근혜 대표와 이 시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 시장이 너무 망가지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구도 이 시장을 엄호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이 시장이 ‘한나라당 밖의 사람’인 양 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시장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한나라당뿐”이라고 전제하면서 “한나라당의 지원을 못받는 원인은 이 시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장의 ‘해면가 발언’을 비유하면서 “한나라당의 대권 후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표 측이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 뒤 앙금이 가시지 않아 상황 대처에 미적거리고 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박 대표 측은 펄쩍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여당이 제기하는 의혹의 내용 자체가 별 게 없다. 우리가 당 차원에서 대응하게 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정략적으로 뻥튀기하려는 작전에 말려들게 되는 꼴이다. 서울시에서 충분히 방어가 가능한데 정치권까지 나서게 되면 불필요하게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이 시장의 대권 행보에 이번 '황제 테니스'의혹은 그에게 커다란 상처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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