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는 브리트니
마돈나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는 브리트니
  • 이문원
  • 승인 2003.12.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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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스피어스의 "In the Zone"
팝 아이콘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불리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네번째 앨범 "In the Zone"은, 근간의 그녀 행보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예고된 변화'를 선사하고 있으며, 그녀의 친우인 마돈나의 행보를 그대로 카피한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드는 앨범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신이 일렉트로니카에 경도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떠들고 다니며, 팝 아이돌에서 일렉트로니카의 여제로 떠오른 마돈나를 '착실히' 의식한 변화를 장담하고 나섰는데, 이번 "In the Zone" 앨범에는 이미 예견됐던 일렉트로니카는 물론, 힙합과 트립합, 그리고 그녀를 결정적으로 '띄웠던' 댄스곡과 발라드곡까지 총망라되어 있어, 그야말로 브리트니 스피어스 종합판인 동시에 '마돈나 되기'의 시제품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그녀가 '하고 싶은' 쟝르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서 '안전용'으로 삽입된 트랙들이 뒤얽힌 이번 앨범은, 그 복잡다단한 야심과 계산만큼이나 어지럽고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각각의 곡들은 어느 정도 완성도가 확보되어 있고, 비록 독창적일 것까진 없더라도 쟝르의 기본과 크로스-쟝르의 기본은 확실히 밟아나가고 있어, 근래 등장한 팝 아이돌의 앨범들 중에선 단연 돋보이는 성취를 거둬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싱글커트된 마돈나와의 협연곡 'Me Against the Music'은 다소 고전적인 힙합 파티 넘버에 속하는데, 역시 흥겨운 리듬과 가볍고 감각적인 가사를 선보이고 있으며, 스피어스와 마돈나의 '조화를 이룬 듯 이루지 못한 듯' 아슬아슬한 협연형태가 예기치 못한 긴장감을 조성해 남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애초에 스피어스의 독창곡으로 예정되었으나 마돈나가 이 노래에 큰 감흥을 얻어 듀엣화까지 이르렀다는 일화는 앨범 공개 이전부터 유명했으며, 마돈나와 스피어스의 공통점 중 하나인 '리듬감의 절대화'라는 측면에서 과연 마돈나의 파격적 요청이 이해가 갈 만도 한 곡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이 가는 넘버들은 따로 있다. 스피어스가 새롭게 시도한 일렉트로니카와 트립합 넘버들이 바로 그것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모비가 프로듀스한 'Early Mornin''과 트립합 넘버 'Breathe on Me'는 이번 앨범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탁월한 넘버들이며, '귀에 달라붙는' 캐치한 튠을 자랑하는 'Toxic'과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의 기묘한 조화를 이끌어낸 'Showdown' 등도 주목할 만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런 재밌고 모험적인 시도들에 비해 기존의 팝 아이돌 이미지마저도 놓치지 않으려 등장한 발라드 넘버 'Everytime'과 같은 곡들은 그럭저럭 센스있는 구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어딘지 안이하고 실망스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앨범 전체의 인상을 흐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In the Zone"은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곡들로 이루어진 약간 산만한 느낌의 '수작 팝 앨범'이다. 음악사는 고사하고 동시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마는 것이 바로 '수작 팝 앨범'의 한계이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경우 이와는 약간 다른 경로를 걷는다. 이미 '현상'이 되어버린 그녀의 앨범은 발매 즉시 '전세계'에서 울려퍼진다. 고상한 음악평론가들이나 날카로운 센스의 뮤지션들은 이런 앨범들에 콧방귀를 끼며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이 앨범의 곡들을 거리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듣게될 '전세계인'들을 생각해보면, 시대가 탄생시키는 거물 아이돌의 음악세계 역시 충분히 감지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 듯 싶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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