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생명들에게 학교를 세워주지 않았다. 그 대신 생명체 모두에게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저 다운 삶을 이룰 수 있는 본능을 주었다. 숲을 이루고 그 숲에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들의 삶이 그것을 말해준다.
또한, 신은 생명들에게 병원을 세워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숲속은 온통 약으로 가득 차있다. 약(藥) 이라는 단어는 ‘풀 草’와 ‘즐거울 樂’이 합쳐져 만들어진 한자어다. 아픈 곳을 낫게 해주니 ‘기쁨을 주는 풀’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한약재의 대부분은 식물의 초근목피(草根木皮)를 사용한다. 산과 들에 자라는 모든 풀은 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약성이 밝혀지지 않는 것들이 소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독성에 대한 위험 또한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과 들에 나는 수많은 풀과 나무들의 약성을 파악해 낸 조상들의 노고와 지혜에 숙연해 질 때가 있다. 한의사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일일이 실험하고 먹어보며 효험을 밝혀 냈다기 보다는, 맨 처음에는 동물관찰에서 부터 시작한 다음 사람들에게 적용한 결과가 누적되어 약재와 독초로 분류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야생동물들은 다치면 스스로 약이 되는 식물을 찾아서 먹거나 바른다고 한다. 옛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꿩이 사냥꾼의 총에 빗겨 맞아 날개나 다리를 다쳤을 때 주둥이로 늙은 소나무의 송진을 쪼아 상처에 문지른다고 하였다. 실제로 송진에는 살충, 살균 작용이 있으므로 상처를 보호해 새살을 돋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인 염소나 토끼의 경우에도 배탈이 나면 스스로 쑥이나 감잎을 뜯어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개도 열이 있을 때 조용한 구석에서 쉬는가 하면, 소화가 안 될 때에는 토하거나 풀을 뜯어 먹는다.
사람들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며 개가 풀을 먹는다는 것을 이치에 안 맞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뱃속에 기생충이 있거나 병에 걸렸을 때는 풀밭에서 씀바귀라는 풀을 뜯어먹는다고 한다.
초식동물이라고 해도 모든 풀을 먹지는 않는다. 스스로 먹어야 할 풀과 먹지 말아야 할 풀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초식동물인 소는 며칠을 굶어도 절대 솔가지를 쳐다보지 않는다. 우리 안에 집어던지면 그냥 밟고 다닌다. 그런데 염소는 솔잎을 좋아한다. 솔가지를 꺾어 들고 염소를 몰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온다.
솦잎을 소는 싫어하지만 염소는 좋아하는 이유는 솔잎에 있는 타닌성분 때문이다. 타닌은 설사를 억제한다. 즉, 염소는 환약처럼 생긴 딱딱한 똥을 누기 때문에 타닌성분이 필요하지만, 무른 똥을 누는 소의 경우 타닌 성분이 들어가 변비에 걸리면 큰일이다. 따라서 동물들은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몸속에 체화된 본능이 스스로 알아서 약을 찾아 먹게 하고, 해가 되는 것은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떠한가? 30여 년간 미국에서 암 환자 대상으로 자기치유 활성화능력을 연구하고 있는 ‘거슨 암테라피(Gerson cancer therapy)’에 의하면 우리 몸 스스로가 몸에 생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단, 몸의 독소제거와 유기농 채소로 섭취로 자기치유능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자극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안전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