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自, 하청사 압박 말아야
현대·기아自, 하청사 압박 말아야
  • 하준규
  • 승인 2006.04.03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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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것이야말로 양극화 현상 초래
최근 현대·기아 자동차는 하청 업체들의 납품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이라는 거시경제적 관점과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미시경제적 관점에서 걱정이 되는 사안이다. 동시에 최근의 양극화 논쟁과 관련하여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단기적 처방에 불과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동차 산업은 커다란 구조적 재편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잘 나간다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공업에서조차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기아 자동차에서도 납품 가격 6% 이상 폭의 인하 방침을 일방적으로 부품업체들에 통보하는 동시에 회사의 과장급 이상 전 임직원의 급여 동결을 결의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최근 환율의 급격한 하락에 대응한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큰 그림을 생각한다면 현대·기아 자동차는 문제에 대해 좀더 근본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국을 위협하면서, 일본이 유럽과 더불어 세계 자동차시장을 나눠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공업이 부속품의 절반가량을 자체 제작하는 반면, 일본의 자동차 공업은 4분의 3이상을 협력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를 선도하였던 저스트-인-타임 방식(JIT)도 부품 업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얼마나 긴밀한 공생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자동차 공업의 국가적 경쟁력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대·기아 자동차가 일방적으로 납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해치는 일이 된다고 하겠다. ◆현대자동차의 문제점 지난 몇 년간 현대자동차는 단체협상과 임금협상의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왔다. 그 결과로 생산단가 면에서 국제경쟁력이 해마다 저하하게 되었다. 이제 그 부담을 하청업체들에 전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표적 양극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즉 대기업과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한편이 되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하청업체와 그 종사자들을 압박하는 현상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예상 이익까지 흡수하고 노동시장에서는 단체교섭능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현상이다. ◆양극화 현상을 불러 일으켜 이것이 양극화의 실질적 진행양상인데, 현재 양극화 논의를 제기하는 부류의 초점은 계급론적 관점에 치중되어 있다. 가진 자에 대한 가지지 못한 자의 증오심을 부채질함으로써 가지지 못한 다수를 대변하는 진보 진영이라는 허구적인 외피를 걸치고 싶은 것이다. 가진 자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것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양극화 문제의 본질은 경제구조의 변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신(新) 빈곤층의 대두에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고용의 85% 이상을 흡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신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들을 중소기업 노동시장에 흡수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국민경제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들이 확대재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개선해주어야 한다. 완성차 업체가 하청업체에 납품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하겠다고 한다면 하청 중소업체들은 단순재생산 차원에 머물거나, 축소재생산의 굴레에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고용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상적인 시장의 기제에 의한 것이 아니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양극화 문제에 대한 구호적이고 선동적인 접근을 중지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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