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재시도,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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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매각 시도…아직은 ‘미지수’

오는 9월 30일부터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본격화 될 예정이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매각 작업은 네 번째 시도되는 것으로, 이번만큼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우리은행 측은 만약 국내에서 뚜렷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를 직접 찾아 나설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블록세일-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 병행 예정
교보생명 외 뚜렷한 인수후보 안 나타나 ‘고민’
‘해외금융사 끌어들여 컨소시엄 구성’ 복안 대두

▲ 우리은행이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30%는 먼저 일반경쟁으로 입찰하고, 잔여 지분인 26.97%는 10월 하순 무렵 매각 공고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사진/홍금표 기자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 제99차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오는 9월 30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공고를 하고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 ‘더블 트랙’ 방식으로 지분 매각 추진 예정

오는 9월 30일 공적자금위원회가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인 물량은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30%다. 이 30% 지분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30%는 일반 경쟁(블록 세일)으로 입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지분 30%는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간으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30% 지분 물량을 일반 경쟁으로 입찰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진행 방식, 즉 예비입찰→본 입찰→실사가격 조정→금융위원회 승인 및 종결의 순서를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잔여 지분인 26.97%에 대해 공적자금위원회는 10월 하순 무렵에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더블 트랙’ 방식이다. 잔여 지분 매각 방식은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이란 입찰에 참가한 투자자가 지분 0.5~10% 범위 내에서 본인이 바라는 매입 가격 및 물량을 적어낸 다음,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서대로 지분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마지막 순위 낙찰자의 입찰 가격이 똑같을 경우에는 입찰 수량이 많은 입찰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은 통상적으로 매각공고→입찰→낙찰 및 종결 등의 순서대로 진행한다.

이렇게 공적자금위원회가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을 전격적으로 도입해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소수 지분에 대한 매각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대체로 투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목표를 둔다는 점을 적극 감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공적자금위원회는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주당 0.5주의 콜옵션을 부여하기로 해 금융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콜옵션을 부여하게 되면, 투자자는 본인이 제시한 가격으로 최초 입찰한 주식 수의 50%를 더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희망수량 경쟁 입찰 방식은 별 다른 무리 없이 성사될 전망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소수 지분 입찰에는 연기금·해외 국부 펀드 등이 참여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어 상당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공적자금위원회는 매각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대체로 투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목표를 둔다는 점을 감안해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뉴시스

◆ ‘유효 경쟁’ 성립 여부가 관건

한편 공적자금위원회는 이렇게 전체적인 계획이 별다른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최소 11월 28일 이전까지는 우리은행 지분 전체에 대한 두 형태의 매각 입찰이 모두 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경영권이 포함된 30% 지분 매각 건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초순 무렵에 별도로 본 입찰을 진행하여, 내년 2월까지는 최종 입찰자 및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전반에서는 우리은행 매각 및 민영화는 특히 지분 30%에 경영권까지 포함된 ‘일반 경쟁’의 흥행 여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일반 입찰 경쟁의 경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 유효 경쟁이 성립된다. 바로 이 점이 우리은행 매각 및 민영화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과연 어느 기업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까지 “우리은행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행사 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매각 및 민영화가 순탄치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적자금위원회는 지난 6월 우리은행 민영화 일정을 발표한 이후 약 두 달 동안 기업 설명회를 포함한 시장 수요 조사 및 가능성 타진 작업을 의욕적으로 실시했다. 즉 할 만큼은 다 해본 것이다.

그런데 공적자금위원회 측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는 흥미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기업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여, 상황은 다소 ‘오리무중’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민영화 전망 역시 극히 불투명해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계 전반에서는 “과연 우리은행 인수전에서 유효 경쟁 자체가 실현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연되어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곳으로 교보생명·새마을금고중앙회·신한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그다지 뜨뜻미지근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때 삼성그룹도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상당 기간 동안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인수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복잡한 지분 문제로 경영권을 뜻대로 펼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현재는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우리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대외에 표명한 곳은 교보생명이다. 하지만, 교보생명도 아직까지는 내부 검토만 하며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 국내에 임자 없으면 해외에서라도

이들 후보 가운데 지금까지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대외에 표명한 곳은 교보생명 뿐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측은 재무 부분에 전담팀을 꾸린 다음 우리은행 지분 인수와 관련된 검토 및 분석 작업을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교보생명의 움직임이 반드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피력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번 매각도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근거로, 교보생명이 현재까지 매수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고 줄곧 내부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을 꼽고 있다. “이는 교보생명 측이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 아직까지는 확신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유력 인수자로 꼽히던 교보생명이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일부 금융권에서는 “자금 여력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다른 해외 금융 관련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야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지만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9월 30일 이후 본격적인 우리은행 인수전이 시작되면, 교보생명은 어떤 형태로든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적자금위원회 측은 “오는 9월 30일 매각공고를 내게 되면 인수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 가게 되면 그동안 미약하게 관심을 타진했던 참여자들도 구체적으로 지분 매입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가시화되자, 우리은행 측에서 “해외 투자자라도 찾아본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은 매각 공고가 나오는 9월 30일 이후 해외에서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국가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금융허브로 꼽히는 곳이 우선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과거에도 우리은행 측은 여러 차례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유효 경쟁’이라는 치명적인 덫에 걸려 번번이 매각 및 민영화에 실패했다”며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실제로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계 금융 관련사가 현재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9월 30일 이후 ‘유효 경쟁 국면’이 구체적으로 전개되면 교보생명과의 연합 컨소시엄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들 외국계 금융기업이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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