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환자에게 장기 기증 후 눈감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 한 환자가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영면에 들어 감동을 주고 있다. 두 아이를 둔 37세 꽃다운 나이의 가장이 베푼 선행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뇌사에 빠진 최장호 씨(37세·정읍시 농소동)는 지난 2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뇌사판정을 받고 간, 신장, 각막을 기증해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 영원히 눈을 감았다. 최 씨가 기증한 장기 중 간장과 신장 하나는 전북대학교병원에, 각막과 다른 신장 하나는 타병원의 환자들에게 적출 즉시 이식됐다. 현재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최 씨는 지난 달 28일 정읍시의 한 주택가 지붕에서 건축 공사를 하던 중 돌풍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5m높이의 지붕에서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특공대를 제대한 뒤 각종 무술과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며 병원 한 번 가본 적 없던 최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사고였다.
최씨의 부인 양연자 씨는 생전에도 그가 장기기증의 뜻을 자주 비쳤다고 했다. 양씨는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고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심어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뇌사판정 후 장기적출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최 씨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망울과 마음속에는 자신을 희생해 절망에 빠진 말기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아버지의 자랑스럽고 고귀한 모습을 깊이 담고 있는 듯 했다.
평소 가정적이고 다정다감했던 최 씨는 6세 된 환희와 4세 된 웅이를 남달리 아꼈다. 아버지를 보내는 두 아들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은 더욱 뜨거워졌다.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는 “수술이 잘 돼 최장호 씨의 장기를 이식 받은 환자들은 매우 양호한 상태”라며 “최 씨와 같은 고귀한 희생이 계속될수록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더 큰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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