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돌아온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
“한국인으로 받아준 데 대해 감사합니다. 자라면서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29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되고 기쁘다" 하인스 워드의 첫인사였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위한 발걸음 이였다는 그의 방한으로 지금 온 나라가 들썩인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미국 프로풋볼 스타인 하인스 워드 선수와 어머니를 청와대로 초청해 영웅의 탄생을 거듭 축하했다. 혼혈의 핸디캡을 딛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룬 워드 선수를 치하한 노 대통령은 워드 선수의 어머니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 진짜 주인공은 내 어머니, 모든 게 어머니 덕분
"어머니는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그래서 이번 한국 방문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많은 영감을 주는 어머니, 어려울 때 힘을 주는 어머니,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겪은 어머니. 워드 선수는 어머니에 대한 찬사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게 오늘의 하인스 워드가 있게 된 비결이라고도 했다.
워드는 이어 “오늘 내가 있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 생각한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부상당하지 않도록 많이 기도했고, 나는 많이 축복받았다. 우리 어머니는 미국에서 직장을 두세 가지씩 다니며 나를 뒷바라지 했다”고 어머니의 ‘희생’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그는 또 “어머니는 내게 소중한 가치를 주었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나는 어머니가 험담을 듣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더 조심했고, 더 노력했다. 어머니를 보면 나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해 드리고 싶다”고 ‘자식의 도리’를 토로하기도 했다.
◈ 盧대통령 "혼혈인에 많은 기회 주는 사회조성 노력"
노 대통령은 “말하는 걸 그대로 받아 적으면 교과서다. 한국에서는 효도가 최고의 덕목”이라며 “예전에는 나라에서 상도 줬지만 너무 큰 상을 받아서 줄 게 없다. 내가 나중에라도, 그 때는 은퇴해 있겠지만 효자상을 줘야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워드는 존재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고 이미 많은 희망을 주었다"며 "계속 축구 잘 하고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품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워드 선수는 "내가 한국에 있는 혼혈아동에 대해서 어떤 영감을 줄 수 있고 그 아이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키워줄 수 있다면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까운 것은 혼혈 자체가 그들의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하게 생각할 측면이 있다"며 "나의 방문으로 혼혈 아동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단 1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보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의 절반은 한국인"
혼혈아로 미국 땅에서 굴지의 선수로 성장한 워드는 국내 혼혈아들에게 “혼혈아 문제와 관련해 매니지먼트와 재단 설립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한국 방문이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말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방문을 계획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저의 절반은 한국에 있습니다. 반쪽은 미국인(half American)이지만 또 다른 절반은 한국인(half Korean)입니다." 오히려 두 국가의 피를 한꺼번에 받게 된 게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인으로, 한국인으로 두 국가의 좋은 풍습을 한번에 이어받고 누릴 수 있는 건 특권입니다. 얼마나 좋아요?"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떡여진다.
워드의 한국방문에 연예인들도 축하인사 건네
♣ 윤문식 “워드 성공 뒤에 가려진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가졌으면”
연극배우 윤문식이 4일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온 미국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에게 축하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윤문식은 “하인스 워드처럼 성공한 사람들 뒤에 가려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딛고 영웅으로 올라선 워드에 대해 떠들썩할 때 그들은 더 소외감을 느끼지 않겠냐”며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 윤수일 "워드 모자 보며 어머니 생각났다"
"하인스 워드 선수 모자(母子)가 입국하는 장면을 TV로 보며 돌아가신 모친이 생각나 울적했어요. 혼혈 아들이 최정상에 오르도록 뒷바라지한 그의 어머니는 정말 위대한 분입니다."
혼혈 가수 윤수일(51)이 한국계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ㆍ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 모자의 내한에 가슴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워드 모자를 보며 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과 싸우며 자란 제 성장기를 반추해봤습니다. 옛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혼혈아를 자식으로 가진 어머니의 심정은 실의, 좌절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밑바닥 생활을 하며 아들을 올곧게 키워낸 그 어머니의 노력을 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그는 "혼혈 아동은 대부분 성장 환경이 열악한데, 그 어머니들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해 비뚤어지는 혼혈아들을 많이 봤다"면서 "내가 클 때의 차별은 더 심했고 그래서 늘 혼혈을 떠나 내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받자는 게 인생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요즘 사회적인 분위기가 다인종 시대로 변하면서 인식이 개선돼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 소냐 “워드로 인해 사람들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미국계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소냐(26)는 "워드가 자랑스럽다. 그분은 매사에 긍정적인 밝은 성격을 지녀 마음이 늘 부자였던 분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워드는 자신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온 사람입니다. 혼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공한 사람에겐 이렇게 호의적인 대중이 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혼혈인에게는 차갑게 대하는지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워드로 인해 사람들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소냐는 2003년 방송사의 도움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아버지를 찾았고 현재 편지와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