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공룡으로 불리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채용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역시 외국계 기업이라 다르다는 환영 일색의 목소리도 있지만 막상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개장할 예정인 이케아는 지난 7일 두 번째 채용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고 근무형태, 보수, 복지 등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보다 세부적인 사항들을 발표했다.
헬레 메드슨 이케아 광명점 인사담당자가 이날 밝힌 내용은 시간제로 일해도 퇴직금·4대 보험 등의 복리후생은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는 ‘시간제 정규직’ 채용, 우리 나라의 현 최저임금의 두 배에 달하는 9,200원의 시급, 경영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경력 단절 여성·은퇴자·취업준비생 등이 주 모집 대상인 점 등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 이 같은 이케아의 고용 정책은 큰 눈길을 끌었다.
다음 날인 8일, 예고된 대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이케아의 두 번째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 날 채용설명회에 실제 참석한 참가자들은 기대와 다른 점이 적지 않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이케아 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지원자들은 “합격자 발표일 등을 공개하지 않아 불합격 통보가 너무 길고, 채용 기준 역시 애매모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면접까지 이뤄져도 곧바로 채용 여부가 정해지지 않고 별도의 통보를 기다려 다시 입사지원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지원자들의 불만을 샀다.
또한 풀타임 정규직을 구하는 시설팀은 경력자만 모집했고 정규직에 지원한 지원자에게 단기 계약직을 권유하는 일도 빈번했다. 채용인원이 ‘시간제 계약직’이 가장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간제 정규직’은 ‘풀타임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을 제공받지만, 내년 3월까지만 근무하는 ‘시간제 계약직’은 가장 많이 모집하면서도 정규직만큼의 복리후생을 누릴 수 없다. ‘시간제 정규직’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이케아 측의 권유는 지원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채용 내용도 지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주40시간의 풀타임 정규직은 시설팀 한 곳에서만 채용하고, 나머지 판매, 고객지원, 물류 등의 부서에서는 시간제 정규직과 내년 3월까지만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만 모집하고 있었다. 판매직과 물류직은 정규직을 아예 뽑지 않았고, 나머지 부서는 ‘시간제 정규직’ 중에서도 16시간 근무만 가능한 사람만 모집했다.
앞서 이케아는 시간제 정규직을 주당 근무시간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등 ‘탄력적인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정규직’의 개념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원하는 시간과 요일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근무가 포함된 물류팀의 경우 원하는 시간대를 고를 수 없어 새벽 4시에 출근해야 하고 주말, 야간, 새벽의 경우에도 추가 수당 없이 동일하게 시급 9,200원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지원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이어지자 환영일색이던 세간의 반응이 어느덧 찬반 양론으로 나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파격적인 채용정책을 환영하며 “채용이 구체화될수록 불확실성 및 의문점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구직자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이케아의 채용횡포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겉만 보기 좋을 뿐 사실은 아르바이트 모집이나 다름 없어 빛좋은 개살구”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한편 이케아는 올해 12월 말 경기도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내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