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풍으로 몰아가자"… 野 "거품 곧 빠질것"
"강금실은 목숨 걸고 서울시장 출마했는데…"
법무부 장관 시절,"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말을 툭 던지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강금실 장관, 그가 마침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정식은'강효리'란 신조어까지 만든 개인적 인기를 앞세워'강금실답다'로 선거를 치러보려는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강 전 장관은 정치행사장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출사표를 던지는 익숙한 장면을 뒤집었다. 대신 자신의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 내린 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문화공간인 정동극장에서 출마선언문을 낭독하는 새로운 이벤트를 선보였다. 많은 이들이 콘덴츠 부족을 지적하며 '강풍'(康風)을 거품으로 평가절하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않고 출정식을 공약이나 시정운영계획을 선보이는 대신 특정색과 꽃, 그리고 감성적 언어 등 이미지 중심으로 채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코드를 대신한 색깔코드만 봐도 무대는 물론 강 전 장관 스스로 정장, 구두, 스카프, 귀걸이 심지어 눈 화장까지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강 전 장관은 품격과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공약대신 보라색과 흰색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인기와 감성에 의존한 선거전은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있다. 강 전 장관측은 현재의 이미지를 지키며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이긴다는 계산이지만, 지지 기반인 젊은 층의 저조한 투표율과 서울시장으로의 자질 검증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큰 변수다. 개인적 인기만으로 여야가 모든 것을 거는 선거전에서 낮은 당지지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부정서 확산 등을 비켜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화사한 연보라 정장 차림을 한 강 전 장관은 인근의 자기 사무실에서 정동극장까지 20여분 걸어서 도착했으며, 일반 시민들로부터 악수와 사인을 요청 받기도 했다. 극장에 도착해서는 팬클럽인'강금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발레리나 출신인 최태지 정동극장장의 환영을 받았다.
◆"경계허물기로 서울을 바꾸자"
강 전 장관은 아이리스 꽃으로 단장된 무대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행사장인 정동극장 무대는 보라색과 흰색천으로 꾸며졌고, 강 전 장관 자신도 연보라색 정장에 보라색 구두를 신고 목에는 보랏빛 머플러를 둘렀다. 강 전장관 측에서는 품격 있고 깨끗한 정치를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보라색과 흰색을 상징색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문화적인 차이를 막론하고 서로의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모든 경계를 허물겠다"며 "경계 허물기를 통해 서울을 바꿔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실정치에 대해서는 "품격을 상실한 거짓 공방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상대방을 해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진정성과 시민주체성, 포용성 등 3가지 기본요소가 한국의 정치에는 실종돼 있다는 점도 강조해, 정치인 출신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이런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자신의 시장像을 진실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시민들이 동참하는 시정을 여는 사람, 서울의 어두운 곳에서 더 소외되고, 삶에 지쳐 의욕을 잃어버린 수많은 가슴 아픈 이웃들에게 따스한 빛을 전달하는 '빛의 전사'로 요약했다. 강남북 균형발전과 서울의 자연과 역사복원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강 전 장관은 특히 시민참여 행정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시민이 동참하는 내용의 정책공약을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강 전 장관 인기는 거품?
"내 인기가 거품이라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여당의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낮은데 왜 나는 그런 지지도가 나오는가. 지금의 여야 구도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본다."
강 전 장관은'최근의 높은 지지도가 거품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박했다.
그렇지만 야당은'강금실 효과'에 거듭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0~50%를 오르내리는 강 전 장관의 높은 지지도는 주로 감성적 이미지에 근거한 데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하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거품론'의 요지다.
한나라당은 이제부터 거품이 걷힐 것이라며 강 전 장관의 경쟁력을 깎아 내렸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쇼'의 잔상은 3일을 못 간다"며 "오늘이 강 전 장관 인기의 절정이고, 이젠 인기가 빠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도 "열린우리당 계급장을 다는 순간부터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효과'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의 동반 당선 등 부수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갈망, 진정성과 주체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시대 흐름을 탈 수 있는 사람은 강금실뿐"이라며 "강 전 장관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람이어서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인기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재 기획위원장도 "민주노동당 지지계층과 강남의 주부들까지 강 전 장관을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기거품 발언은 시민 모독"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정을 평가해달라?
"이 시장이 서울특별시에 대한 2020년 계획까지 다 짜 놓았다. 시정개발 연구원에서도 많은 작업을 했다. 시정의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계승하면서 내가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나갈 것이다. 모래 청계천을 방문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것은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당내 경선에 대한 입장은?
"후보들이 있다면 당연히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열린우리당 후보로서 본선에서 시민에게 보여줄 공약을 다듬어가고 볼륨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인기가 거품이라는 비판이 있다?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여당의 당 지지도는 낮은데 여당 후보인 저는 왜 지지도가 높은가, 야당의 지지도가 높은데 왜 야당 후보 지지율이 낮은가를 분석해야 한다. 지금의 여야 구도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다. 우리당에 기댔으나 실망한 분들이 아직 절망할 일은 아니라는 거부감과 희망의 표시다. 그것이 개인 강금실에 대한 인기는 아니라고 본다"
--강남북 경계를 무너뜨리자고 했는데 그게 강남을 더 차별화하는 것 아닌가?
"강남북 문제는 문화적.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갈등이 더 깊어졌다. 한강은 풍요의 상징인데 강남북을 가르는 것으로 표현하는 자체가 마음을 갈라놓고 있다. 강북을 발전시키고 강남도 잘 보존하면서 아름다운 부촌으로 가꿔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
--출마를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표현했는데?
"사람다운 사회를 만들고 문제를 대화와 평화로 해결하길 바라는 제 순수한 마음이 우리 정치상황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험이라고 했다. 시민이 나서서 문화를 바꾸고 시정 살림도 산다는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두 달을 지켜봐야죠. 주저앉으면 더 실망할 수도 있어서 처음에는 위험이라는 표현도 썼다"
--서울시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입장은?
"서울시정을 맡는다면 첫 번째로 관심을 기울이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부분이다. 서울에서 실제로 빠져나가는 부처는 문화관광부다. 정부 종합청사에서 빠져나간 기관 대신 다른 기관 들어오기로 해서, 실제로 많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청와대는 그대로 있고, 행정부 수반인 국무총리실도 그대로 있다. 또 국회, 대법원도 그대로 있다. 사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를 옮기지 않는 한 수도 이전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서울시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1차적으로 수도 서울을 정비할 법률이 필요하다. 정부와 빠져나간 2010년 이후 협의기구를 만들어서 필요하다면 서울시가 매각해서 돌려주는 방식, 또 시민 참여기관으로 설정할 생각이다."
--시민참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생각인가?
"선거과정에서 정책을 제안한 뒤 시민의 의견을 받아 고치기도 하고 동의도 구하고 새로운 의견도 듣는 방식의 정책공약 결정과정을 거치려고 한다.
저는 엘리트로 컸고 이번에 많이 반성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차를 타고 다니고 했는데 시민과 걷고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사람 엘리트보다 수많은 시민 대중의 지혜가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다"
◆이계안, "강 전 장관, 서울시장 경선 꼭 합시다"
한편 지난 1월 22일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이후 9번의 정책브리핑 등 의욕적인 행보를 펼쳐온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5일"당내 서울시장 후보경선 준비를 위한 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만시지탄 이지만 강 전 장관의 출마선언을 환영한다"며"이제 강 후보와 저 이계안이 해야 할 일은 깨끗하고 공정한 경선, 축제와 같은 경선, 당원과 서울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경선이 될 수 있도록 합심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의 이번 제안은 당 일각에서'전략공천'의 뉘앙스를 담은 말들이 흘러 나왔음에도 강 전 장관이 "경선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의 중립적인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 자신이 이미 출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외부인사 영입 및 전략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공정치 못한 언행을 삼가고 중립적인 경선 관리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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