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미래, 親盧에 달렸다
야당의 미래, 親盧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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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또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비대위 구성은 물론이고, 새로 선출된 우윤근 원내대표마저 친노라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비노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완전히 친노 일색이 돼 버렸다며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면서 신당 추진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여서 비주류 인사들은 이처럼 당을 따로 하자는 얘기까지 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당권을 잡지 못한 비주류의 불만 섞인 성토는 아닐까? 하지만, 하나하나 차근히 문제를 짚어보자면 이들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친노’라는 정치세력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16대 대선을 전후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신진정치세력들은 이듬해 자신들의 정치적 모체와도 같은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이른바 ‘천·신·정·추’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도 ‘독수리 5형제’ 등이 핵심 창당 멤버로 참여했다. 소수정당이기는 했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면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가 발생했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해 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사실상 여당 역할을 자임해온 열린우리당은 신진인사들을 대거 투입해 모두가 놀랄 만한 대승을 거뒀다. 과반 이상인 153석을 당선시켰던 것. 그중에서 초선만 100명이 넘을 정도였으니,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열린우리당은 한동안 지금 유행하는 말처럼 ‘새정치’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국민적 기대도 그만큼 커졌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 구성원 모두는 스스로 ‘친노’ 정치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이런 국민적 기대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풍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사들 중에선 깜냥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 당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념과 노선 문제로 싸움질이 일어났다. 대통령을 도와 정치개혁을 추진하라고 힘을 모아줬더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매일 싸움판만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당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에 대해서는 ‘싸가지 없다’는 말들까지 널리 퍼져 있기도 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줬더니, 노무현 대통령 후광을 입고 권력노름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적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친노’라는 이미지는 어느 순간부터 싸가지 없는 ‘탄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화 돼버리기까지 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을 약속해 놓고 창당한 지 3년 9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야권통합을 주창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옛 민주당과 멋쩍은 통합을 이뤘다. 가출했던 자식이 3년 9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간 셈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고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할 이들 친노세력은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이유에서인지 이후로도 기회만 생기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들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기보다 민주당 내에서도 ‘친노’라는 이름으로만 하나 되기를 고수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당권에 도전했고, 심지어 당권이 바뀌어 2선으로 후퇴해 있어야 할 시기에도 이들은 비노 신주류세력을 흔들기에 급급했다. 앞선 박영선 사태 또한 같은 배경에서 발생했던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수렴청정하듯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노는 거대 계파를 앞세워 당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내 친노세력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인사들은 항상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고, 선거를 앞두고 공천이라도 받으려거든 친노의 눈에 들어야 하는 비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당은 국민으로부터 더 외면 받았다. 실제로, 안철수 전 대표가 들어오면서 30%대까지 올랐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친노가 다시 당을 쥐락펴락하면서 10%대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국민도 이제 더 이상은 친노가 싫다는 것 아니겠는가.

친노가 진정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세력이라면, 친노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는 이제 멈춰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끼리끼리’ 고집을 버리고 당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당내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게끔 먼저 화합과 통합을 위한 행보에 나서야만 할 것이다. 친노가 ‘새정치’ 기대를 받았던 그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야당에도 미래와 비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친노가 변해야 야당도 변할 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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