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누구의 품으로?
팬택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누구의 품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 신화의 원조’ 팬택 공개입찰 눈앞
▲ 팬택의 인수의향서 접수가 7일 마감됐다. 이르면 29일 공개입찰이 개시돼 내년 2월경 주인이 바뀔 전망이다. ⓒ뉴시스

‘벤처 신화의 원조‘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지난 8월 19일 법정관리가 개시된 팬택은 7일 인수·합병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하고 매각을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한 때 세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기술력으로 ’삐삐‘ 제조사에서 세계 톱7 휴대폰 제조업체에까지 올랐던 팬택의 과거와 현재,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팬택은 1991년 3월 박병엽 전 부회장이 단돈 4천만원으로 창업, 무선호출기 회사로 출범했다. 주로 ‘삐삐’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주력으로 삼던 팬택은 1997년 LG정보통신(현 LG전자)로부터 OEM 휴대전화 공급 계약을 체결해 휴대폰 사업에 발을 들였고, 1998년에는 당시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 업체였던 모토로라가 인수를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박 전 부회장은 오히려 투자를 이끌어 내 지분의 16%를 매각했다. 1990년대 말 프리미엄 폰의 지위를 한껏 누린 ‘모토로라 스타텍’을 OEM 방식으로 일부 생산한 것도 팬택이다.

착실하게 성장하던 팬택은 급기야 2001년 현대전자에서 분리된 현대큐리텔을 인수했다. 이 당시 현대큐리텔의 매출규모는 팬택의 2.5배였으니, 그만큼 큰 화제를 뿌렸다. 현대큐리텔의 사명을 팬택&큐리텔로 변경하고 팬택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 팬택 계열의 전체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으니 삼성, LG 등 대기업에 못지 않은 휴대폰 제조업체로서 두각을 나타낸 셈이다.

팬택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지문인식폰, 세계 최초의 33만화소 카메라폰 출시 등 피처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거침없이 성장했다. 2005년에는 ‘It's Different'라는 문구를 내세워 독특한 디자인과 한정된 수량으로 인기를 누리던 브랜드 ‘SKY 시리즈’를 출시해온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레텍까지 집어 삼켰다.

◆질주하던 팬택의 첫 시련과 부활
2006년은 거침없이 달려오던 팬택이 처음으로 시련을 맞은 해였다. SK텔레텍까지 인수한 팬택의 2006년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당시의 휴대전화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였다. 게다가 팬택은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도 R&D 및 해외진출에 비용을 과다 투입해 경영악화에 시달리게 됐고, 결국 SK텔레텍 인수 후 1년여 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당시 팬택계열은 국내 3위,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였으니 그 파장은 상당했다. 박병엽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부채 보증을 서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팬택의 부활에 매진했고 팬택은 4개월여 만에 다시 흑자기업으로 전환했다.
 

애플의 ‘아이폰’으로부터 촉발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팬택은 발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2위에 등극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2011년 ‘베가레이서’를 출시해 180만대 이상을 팔았고, 팬택은 워크아웃 기간 동안1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게 된다. ‘베가레이서’는 아직까지도 팬택의 단일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남아있다.

◆잇따른 악재로 다시 쓰러지고 만 팬택
하지만 ‘베가레이서’는 팬택의 부활을 알리는 동시에 팬택 제품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주범이기도 했다. ‘베가레이서’로 인해 팬택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알려졌지만 연속터치 문제, 호환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짐에 따라 ‘베가 시리즈’의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만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무이자 조건으로 최근 2년간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었고, 팬택은 올해 2월 2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동통신사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이 60%나 감소했고, 팬택은 적자로 돌아서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같은 달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재고 물량과 시장 수요 등을 근거로 팬택 휴대전화 구매를 거부해 협력업체 등에 갚아야 할 총 650억원 가량의 만기 도래 채무를 갚지 못했다.
 

결국 팬택은 8월 12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같은 달 19일 서울지방법원에 의해 팬택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됐다. 지난 9월 팬택은 공식 홈페이지, 일간지 등에 인수합병(M&A) 공고를 냈고 팬택의 인수의향서 접수가 7일 마감됐다.

◆향후 팬택의 미래는?
이날 팬택 매각절차를 주관하는 삼정회계법인은 “공고한 대로 팬택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 1~2곳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수 유력 기업으로는 국내의 SK그룹, 해외의 중국 화웨이, 샤오미,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이 꼽히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법원과 투자자의 의견을 구해 다음달 중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이르면 이 달 29일 입찰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찰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내년 2월경 주인이 바뀔 예정이다.

한편 팬택은 매각 절차와는 별개로 연구 개발 및 신제품 출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팬택은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전략으로 최근 ‘사물지능통신(M2M)'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난달 29일 “국내의 6배 규모에 달하는 일본의 M2M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히고 연간 공급 규모가 수십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택 관계자는 “2G에서부터 4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공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 관련 기술을 이용한 M2M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시장진출을 준비해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이 전쟁을 벌여온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초창기부터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팬택이 매각절차를 마치고 내년 2월 새 대주주 아래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aaa 2014-10-13 23:18:20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마감한 LOI 접수에 국내외 2~3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국내와 중국 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잠재 인수 후보로 알려졌던 인도 마이크로맥스, 대만 폭스콘, 중국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은 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