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 “인격무시 당해도 알아서 기어야”
경비노동자 “인격무시 당해도 알아서 기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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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경비원 분신사고…전신3도 화상 중태
▲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은‘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최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하여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주민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은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시도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노동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니 인격을 무시당해도 ‘악’ 소리도 못내고, 알아서 기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길환 분회장은 “이곳 주민들은 평소 질타가 심하다. 분리수거 상태 등을 이유로 폭언과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5층에서 ‘경비, 이거 먹어’'라며 빵을 던지기도 했다”며 “공사 같은 것을 진행할 때는 주민 동의를 구한 상황임에도 일부 입주민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라며 억지를 부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분신을 시도한 이씨의 경우 평소 집에서도 입주민 스트레스로 인해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며 “몇 달 전부터는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비원 투신’과 ‘매맞는 경비원’ 등이 왜 나오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경비노동자들은 머슴 취급을 받으면서 부당한 요구를 강요당하지만 입주민들의 ‘민원’ 하나로 해고되는 위치에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이번 분신 사건에 대한 입주자대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노동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간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한편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이 씨는 현재 전신3도 화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화상을 치료하는 데 3~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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