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끗한나라, 한솔제지 등 6개 업체가 컵원지(原紙)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107억원이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14일 일회용 종이컵, 종이도시락 용기, 컵라면 용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컵원지의 판매가격을 담합해 인상한 6개 제지 사업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컵원지는 표백화학펄프 100%로 제조된 판지다. 일회용 컵, 컵라면 용기, 종이도시락 용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지(原紙)로서 연간 시장규모는 약 1480억 원(2012년 기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6개 업체는 깨끗한나라, 한솔제지, 한창제지, 케이지피, 무림에스피, 한솔아트원제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컵원지 시장 점유율은 깨끗한나라 27.6%, 케에지피(한솔아트원제지) 17.2%, 한솔제지 13.7%, 한창제지 10.8%, 무림에스피 2.9% 등의 순이었으며 상위 6개 사가 전체 컵원지 시장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컵원지 판매 업체들은 2007년 8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컵원지의 톤당 판매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수십 차례의 모임 및 유선 연락을 통해 컵원지의 가격 및 인상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거래처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담합 증거로 공개한 내부 문건들을 살펴보면 ‘가격 인상 불가피 합의’, ‘125만원/톤 이상 판매 합의’, ‘OO제지 125만 통보’, ‘RIV(지종의 한 종류)-5/1부터 138만원 이상 받도록’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어 세부적으로 인상폭과 가격을 조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 기간동안 컵원지의 주 원료인 펄프 가격은 약 13% 인상되는 데 그쳤으나, 컵원지의 판매가격은 2007년 7월 톤당 87만원에서 계속 올라 2012년 4월에는 127만원까지 인상(약 47%)됐다. 컵원지는 원가 중 펄프의 비중이 50%가 넘어 국제펄프가격에 민감한 원가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판매 가격의 인상 폭이 펄프 가격 변동폭의 3배가 넘은 셈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19조를 적용,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7억 9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깨끗한 나라가 46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돼 1위의 불명예를 안았고 한솔제지 31억여원, 무림제지 12억여원, 한창제지 8억 6천여만원 등의 순으로 부과됐다. 케이지피와 한솔아트원제지는 담합이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엔페이퍼에서 분할된 회사들로서 분할 이전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한솔아트원제지에, 분할 이후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케이지피에 각각 2억8천여만원과 5억5천여만원이 부과됐다. 다만 공정위는 제지업계의 불황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국민생활에 밀접한 제품의 주재료인 컵원지 시장의 담합을 적발, 조치함으로써 제지업계에 만연된 반경쟁적인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경쟁친화적인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과징금 부과 대상 업체 중 깨끗한나라, 한솔제지, 한창제지 3사는 세하, 신풍제지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도 공정위로부터 포장용 백판지(과자·의약품 등의 포장지 원료)를 4년 반동안 담합한 혐의로 수백억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당한 바가 있어, 1년도 되지 않아 또 한번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