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임 기간 2조 6천억원대의 분식회계와 550억원대의 횡령 혐의로 기소된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대형 경제사건에 강덕수 전 회장이 사실상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강덕수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강 전 회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상법·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부당 지원 등으로 STX 그룹은 구조조정 적기를 놓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그룹 부실 심화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과도하게 지원이 나갔다"며 "구조조정이 빨리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STX그룹은 지난 2012년 하반기 이미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포스텍을 무절제하게 지원했다”며 “강 전 회장의 경영상 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은 “강 전 회장이 2008년 당시 적자를 예상하지 못했고 분식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며 “또 STX조선해양의 경우 도저히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영업이익이 날 것이라는 공시 내용과 다르게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강 전 회장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2008~2009년에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범죄에 이르게 된 점, 개인적인 축재를 하지는 않은 점, 일반 국민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참작 이유를 설명했다.
강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65), 김모 전 STX조선해양 CFO(최고재무책임자·59), 권모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56)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구형됐다. 또한 홍모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62)은 징역 6년, 변모 전 STX그룹 CFO(61)은 징역 5년, 이모 전 (주)STX 경영기획본부장(50)은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강 전 회장은 2008~2012회계연도를 결산하며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 2조 3천억원을 과대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9천억원 상당의 사기 대출을 받고, 1조 7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부정 발행했다. 또한 2011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회사채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3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 전 회장 외 6인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계열사를 통한 자금 지원은 STX건설에 주로 집중됐다 STX건설은 강 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의 75%를 소유하고 나머지는 강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포스텍이 소유한 개인회사였다. 2005년 설립된 STX건설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하다 2008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자금 사정이 악화돼, 유동성 회복을 위해 강 전 회장이 기업어음 매입, 선급금 지급, 연대보증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막대한 계열사 자금이 투입됐지만 STX건설은 자금 흐름에 계속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지난해 5월 법정관리 개시가 결정됐다.
STX그룹은 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주력 업종인 조선·해운·건설 분야에서 적자가 가중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해체됐다. STX그룹은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대규모의 회계분식 등이 누적되면서 구조조정 적기를 놓치고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져 해체됐다고 평가돼 왔다. 채권단은 STX그룹 정상화를 위해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