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DB)를 바탕으로 기술 금융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TDB는 오래되거나 공개된 자료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금융은 은행이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체계를 가리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운룡 의원(새누리당)이 금융위원회와 전국은행연합회로부터 받은 ‘기술정보 데이터 베이스(TDB) 구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TDB 정보 자료 960만건 중 369만건(38.4%)의 생산연도가 2000년도 이전의 자료였다. 또한 축적 정보의 61.1%는 2005년 이전에 개발된 것이었고 2013년 이후 자료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특히 산업재산권의 독점적 권리가 소멸(특허·디자인 20년, 실용신안·상표 10년 등)해 법률로도 보호해 주지 않는 정보가 132만건(2014년 9월 기준)을 넘어 전체의 13.8%나 차지했다.
종류별로는 44%가 상표·디자인, 11%가 단순발명인 실용신안(이미 발명된 것을 편리하게 고안한 개량발명)이었고 기술보증대출을 위해 활용정도가 큰 특허 자료는 45%에 불과했다.. 게다가 특허 정보는 모두 국내 특허였고, 상대적으로 기술 가치가 높은 국제특허 정보는 전무했다.
또한 이 의원은 “TDB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보유 정보의 99%는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누구나 무료로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하여 특별한 장점이 없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검색을 통해 기술을 확보, 은행이나 보증기관에 제출하면 저금리로 기술금융을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TDB 특허정보는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홈페이지(KIPRIS)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TDB 논문자료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정보 통합서비스(NDSL)에서 별도의 절차 없이 검색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타 기관에서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자료로 기술금융을 위해 TDB에 방대한 정보를 구축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술금융 주체인 개별 은행의 준비도 부족했다. 전담조직을 구성한 은행은 절반뿐이고, 전담조직 내에서도 변리사, 기술사, 기술거래사 등의 전문가 비율은 20%를 갓 넘겼다. 기술금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술금융 평가 전문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금융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당초 은행 제출 전망치(2014년 1700건)의 1/7 수준(8월말 기준 225건)에 그쳤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구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매주 실적을 챙기고 있고 은행별 대출실적 공개, 기술금융 혁신평가 지표 발표 등의 수단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은 8월말 7221억원에서 9월말 1조 8천억원으로 한달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의원은 “은행에서는 부실이 발생할 줄 알면서도 무리해서 대출을 시행할 우려가 발생하고, 기술금융 제도 자체에 대한 비난도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담보·신용 대출 위주에서 기술금융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국제특허와 최신 해외 과학저널 번역, 다양한 기술정보 보고서 생산 등 최신 기술정보 자료를 축적하고 평가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등 내실 있는 준비를 병행해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들어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술금융이란 전통적인 방식인 보증서·담보 위주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기술금융 데이터베이스(TDB)는 개별 은행 및 TCB(기술신용평가기관)의 중복투자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은행들이 각자 분담금(2014년 73억원)을 걷어 구축한 통합 DB 시스템으로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