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구조조정 ‘폭풍전야’
재계 구조조정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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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 불가피…‘올 연말 중대고비’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진으로 발목 잡혀 구조조정 불가피
현대중공업, ‘고강도 구조조정’ 진행 중…노사 갈등이 변수
포스코,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에도 ‘아직 미흡’ 이야기 나와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올해 3/4분기 실적이 대거 예상을 밑도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구조조정을 계획하거나 이미 실시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적지 않게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삼성전자는 3/4분기 영업이익이 4조1,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잠정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0% 감소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올해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추가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 뉴시스

현재 우리나라 재계 전반에 몰아닥치려 하고 있는 구조조정 열풍은 ‘양날의 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즉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은 ‘체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라는 일차적인 긍정적 효과를 노린다.

‘구조조정-내수침체’ 악순환

그렇지만 임·직원 입장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대단한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서 구조조정은 단순히 사업 부문 및 조직의 개편이나 재구성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수반한다. 이 때문에 명예퇴직 등 임·직원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이 동원되며, 부서 전환 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감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이렇게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된 근로자 앞에는 상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게 되어도 재취업 등 후속 조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건이 취약한 일자리를 간신히 구하든지 창업 같은 처절한 생존의 현장으로 쫓기듯 나서야 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재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 개선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더라도, 막상 서민의 삶은 거의 반비례적으로 팍팍하게 된다. 이러한 원인이 작용하여 장기적으로 ‘소비 심리 침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내수 경기 진작은 요원하게 되고, 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해 다시 구조조정을 모색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쉬운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한편 현재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재계 전체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기업들로 삼성전자·현대중공업·KT 등이 꼽힌다.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의 부진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여 올해 3/4분기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간판 사업의 부진으로 회사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7일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3/4분기 영업이익이 4조1,0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혀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조 원 돌파를 이룩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익이 무려 60% 가까이 감소한 것이라 그만큼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다.

‘인원 감축설’ 파다한 삼성전자

물론 원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삼성전자가 앞으로 남은 4/4분기에 그동안 보여주었던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명예를 회복하기에는 만만치 않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4’가 전격 출시되어 판매되는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4/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이 또한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현재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실시로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판매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와 아울러 신제품 ‘갤럭시 노트4’가 유격현상 등 제품 하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그만큼 판매 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디자인 논란으로 예상 밖의 부진을 면치 못한 ‘갤럭시S5’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사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 6’와 ‘아이폰6플러스’가 오는 10월 31일 국내 출시가 확정된 상황도 삼성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애플이 모처럼만에 선보인 야심작 ‘아이폰 6’와 ‘아이폰6플러스’는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아이폰 6’와 ‘아이폰6플러스’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전망은 삼성전자에게는 고스란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삼성전자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구조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직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인터넷·모바일(IM)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띠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향후 인위적으로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전자 측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을 비롯해 동종 업계에서 인력감축이 전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는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올해 연말에 인력감축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재 “삼성전자의 조직 규모가 비대한 편이며 내부 인력이 ‘과잉’”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까지는 인력재배치를 통해 감축을 최대한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조직 개편 및 인원 감축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머지않아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해외법인 역시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제품의 미국 내 판매·마케팅을 총괄했던 무선사업부 소속 북미통신법인인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즈(STA)가 TV 등 가전제품의 판매·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미주총괄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로 옮겨가기로 했다. 또한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즈 인력 상당수는 이미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한화생명 추가 구조조정?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삼성전자 못지않은 강한 충격을 안겨준 주요 기업이 바로 현대중공업이다. 지난 10월 12일 현대중공업은 임원 260명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임원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받은 다음 꼭 필요한 임원만 엄선해 재신임을 통해 중용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단행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뒤 불과 하루 만에 사장단 인사를 전격 단행하는 날렵한 행보를 보여 구조조정에 임하는 자세가 상당히 결연하다는 점을 만방에 과시했다.

이렇게 현대중공업이 단호하고도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단행해 나가자 업계 일각에서는 “부장급 이하 직원도 감축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부장급 이하 직원 인력 감축 계획은 전혀 없다”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직원급 인력 감축 사안은 현재 노조와의 문제도 겹쳐있는 상황이라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교섭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사측이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데 대해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일단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한 혁신안을 내놓으면 노사 간 상생 차원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아울러 KT도 구조조정이라는 전운이 잔뜩 드리워져 있는 상황이다. KT는 이미 지난 4월에 창사 이후 최대로 꼽히는 8,000여 명의 본사 인력을 구조조정한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KT가 향후 추가적으로 인원을 감축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포스코의 경우 올해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며 “포스코만 빼고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임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을 줄이는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등 인력 개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포스코는 철강 중심 기업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구조조정에 따른 긍정적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인사 조치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의 경우는 “올 12월에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보험업계에 널리 퍼져있다. 만약 12월에 인력 감축이 현실화 된다면, 올해 두 차례나 인력 조정을 단행한 사례로 남게 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5월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주로 재직기간 20년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총 300명을 줄였다. 이러한 감축 인원 규모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추가로 인력 감축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최근 김연배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에 대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 2인자로 꼽히는 김 부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전면에 나서서 난관을 극복한 적이 많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월 12일 한화생명은 본사 조직을 영업부문·지원부문·투자전략부문 등 3개 부문으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본사 기구 조직이 상당수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향후 본부장급과 팀장급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인력 감축이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연배 부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전적을 미루어보아도, 한화생명이 대폭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은 거의 기정 사실”이라며 “다만 인력 감축 등 계획에 대해서는 내부 직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은 보다 신중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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