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중독’ “외톨이”되는 아이들
‘비디오, 게임중독’ “외톨이”되는 아이들
  • 황선아
  • 승인 2006.04.0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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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고 공격적 성향으로 병원 찾는 부모 늘어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그것에 중독되는 아이들,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TV와 비디오, 인터넷에 매달려 다른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나중에는 운둔형 생활에 익숙해져 또 다른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경우 폭력적인 경향까지 보이게 되어 부모들의 고민이 말이 아니다. 커서 원만하지 못한 사회생활을 할까봐 두려워서 서둘러 병원을 찾게 되지만 아이들 스스로의 자제력이 없으면 치료 또한 쉽지 않다.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오히려 더 탈선의 길로 빠져들지 모르게 때문이다. 이미 게임중독으로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들이 존재하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학교생활을 망치는 아이들의 문제가 날이 갈수록 커져, 마냥 방치해 두기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여 진다. ▶눈뜨자마자 비디오 찾는 아이들 32개월 된 남자아이 호진(가명)이는 요즈음 TV앞을 떠나질 않는다. 처음에는 2시간 정도 엄마가 바쁠 때 마다 보아왔던 것이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10시간가량을 비디오만 본다고 했다. 이제야 걱정되는 마음에 비디오를 틀어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떼를 쓰고 우는 통에 그러지 않을 수가 없다. 호진이네 뿐만이 아니다. 유아 교육을 담당하는 홈페이지에도 비디오만 보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들이 해결책을 요구하는 글들이 부지기수다. 고민을 토로하는 엄마들의 글을 보면 아직 어린 유아기적 아이들이 비디오 보는 데에 몰두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개월째인 선우는 ‘배고픈 애벌레’ 비디오를 좋아해서 늘상 보는데 틀어주지 않거나 야단을 치면 자지러지게 운다. 또 16개월째부터 외국어린이용 비디오를 봐왔다는 혜진이네 엄마도 하루 온종일 잠잘때와 식사시간 빼고 시청하는 혜진이 때문에 걱정이 크다. 아침에 눈만 뜨면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보채며 엄마가 켜주지 않으면 스스로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혜진이의 비디오에 대한 집착은 심각하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비디오 내용을 외우고 혼자서 비디오를 보면서 깔깔거리거나 중얼거리는 등 집중하면서 보는 모습에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혹은 집안일에 바쁜 엄마들이 아이를 잠시 비디오에 맡겨 두면 영상적인 자극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은 금세 빠져버려 이런 식으로 중독 되어 버리기 쉽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리듬이 단순 경쾌하며, 리드미컬한 변화가 계속 이어져 아이들의 기억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린이 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언어·적응 장애 등으로 연구소를 찾은 9세 이하 3백21명 어린이 중 1백1명(35.9%)이 세살 이전에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이의 비디오 시청 수준이 단순한 호기심 만족 차원이 아니라 중독증에 이른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부모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라 보여 진다. ▶‘시간때우기’ 비디오는 금물 이현옥 유아교육 상담사는 아이들의 비디오 중독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간때우기 용’으로 무작정 비디오를 트는 엄마의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 혼자 일방적으로 비디오를 보게 내버려두면 비디오 중독증은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가 TV나 비디오를 무분별하게 탐닉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비디오를 보여주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보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비디오를 볼 때 아이들이 무비판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방지하며 말을 자주 걸어 너무 집중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중독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시청시간표를 만들어 하루에 한두 시간만 비디오를 보게끔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디오나 동화테이프를 대신 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서구의 지연이(4세)엄마는 책을 읽어주고 동요 노래테이프를 틀어주면서 아이가 자연스레 비디오를 멀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디오부터 찾는 지연이의 모습에 걱정스러웠지만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의 비디오 중독을 고쳐냈다. “아이가 비디오를 찾을 때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려고 노력했다”며 “이제는 책읽는 재미에 빠져 비디오는 찾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호분 아동정신과 원장은 “미국소아학회에서는 2세 미만의 아이들은 아예 비디오나 TV시청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놀잇감은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관계가 형성되므로 사회성 발달이 늦어지고 언어나 신체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도 비디오나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며 “아이가 비디오에 집착하는 것은 엄마가 편해지려는 성향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중독으로 폭력성향 늘어 게임에 중독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주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스스로도 게임에 빠져있다고 생각해 해결책을 묻는 글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작년에 실시한 게임중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23%, 네명 중 한명꼴인 상태로 중독률이 나타나 그 심각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재민(가명)이는 학교가 끝나면 뒤돌아볼 새도 없이 집으로 간다. 인터넷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한두시간 게임을 하다가 학원을 다녀오고 또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게임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한다. 이런 재민이의 모습에 가족들은 타이르고 야단치고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다. 재민이는 게임에 중독된 뒤로 짜증이 늘고 욕도 서슴치 않게 하며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3살의 영준이도 매일 게임에 빠져 산다. 얼마 전부터는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쳐내 게임아이템을 사기도 했다. 사실을 안 부모가 컴퓨터를 못하게 하자 아예 말문을 닫았다. 참다못한 아버지가 꾸짖으며 한대 때렸더니 영준이도 주먹을 휘둘렀다. 이렇듯 게임중독으로 아이들을 잃고 있는 부모들의 걱정이 잦아지면서 정신병원을 찾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현실과 사이버생활과의 혼돈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현실인식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혼돈의 세계를 살게 된다. 대개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동경하는 그 무언가가 하나씩 있는데 게임속의 캐릭터가 자신의 동경에 대상이라면 아이들은 그 캐릭터를 모방하며 자신을 게임속에 있는 캐릭터로서 착각한다. 때문에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가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폭력에 대해 둔감해져 아예 현실의 범죄자가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게임에 잘못 길들여진 아이들은 ‘외톨이→인터넷 게임중독→학업중단’의 순서를 밟거나 반대로 ‘인터넷 게임중독→가정폭력→외톨이’의 과정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는 과정을 겪게 되면서 또다른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사는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 원장은 “중독된 아이들은 게임을 취미가 아니라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별하지 못해 쉽게 폭력성을 드러내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상업적인 윤리를 망각한 게임업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폭력적인 게임과 지나치게 상업적인 아이템 판매로 판단능력이 미비한 아이들을 게임 중독과 범죄 행위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의 책임도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게임 중독에 빠져든 아이들 대부분이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는 것. 맞벌이로 항상 밤늦게 돌아오며 아이에게 신경쓸 여유가 부족한 부모,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관심한 부모, 성적만 좋으면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부모들도 게임 중독에 책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세니 심리안정교육센터 대표는 “게임 중독 아동들은 공통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죽고 싶다는 욕구를 보인다”며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관심거리를 만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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