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의 리조트 호텔’ 크루즈, 한국은 언제쯤?
‘바다위의 리조트 호텔’ 크루즈, 한국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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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대 경제효과…관련법은 1년째 계류중

‘떠다니는 바다위의 리조텔’, ‘황금알을 낳는 산업’, ‘배의 여왕’, ‘움직이는 리조트 호텔’. 이 모든 게 크루즈 유람선을 표현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다. 화려한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크루즈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매력적인 여행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수조원대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크루즈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 붙인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관련법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 우리나라 1호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 2012년 다양한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었으나 정부 지원 미비로 1년만에 임시 휴항에 돌입, 아직도 운행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하모니크루즈

국적 크루즈 산업의 실태

2012년 2월 우리나라 첫 국적 크루즈 선사인 하모니크루즈가 클럽하모니호 취항식을 갖고 운항을 시작했다. 클럽하모니호는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2만6천톤급의 크루즈선으로, 길이 176m, 폭26m, 9층 높이의 규모에 350명의 승선원과 객실 383실을 갖춰 승객 1천명을 태울 수 있는 국내 첫 크루즈 유람선이었다. 세계적인 크루즈선들에 비해 큰 규모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국내 최초의 정통 크루즈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또한 클럽하모니호는 일정 내내 1급 호텔 주방장이 선보이는 식사, 선상 만찬 및 각종 공연 및 쇼와 이벤트, 도서관 및 극장, 사진관, 면세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크루즈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기대가 컸다.

하지만 클럽하모니호는 기대와는 달리 취항 1년만에 누적 4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2013년 1월 임시 휴항에 들어갔다. 하모니크루즈 측은 휴항에 들어가면서 “1년여간의 운항 경험을 바탕으로 항로 및 여행상품, 서비스 등을 재구성하고 선박을 정비하는 등 재도약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휴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크루즈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였다. 앞으로도 사업성이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모니크루즈의 사업 철수는 시의적절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부분은 크루즈 선박 내 카지노 운영의 허용이다. 대부분의 크루즈선은 카지노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외 주요 크루즈선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설계·운영된다. 통상 크루즈선 매출 중 카지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럽하모니호도 카지노 설치 허용을 전제로 카지노 시설을 갖추고 크루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큰손인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선상카지노 운영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카지노 운영 허가가 규제에 묶여 무산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실패, 영업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모니크루즈에 이어 몇 몇 국적 크루즈 선사가 취항을 준비했지만 정책 지원 미비로 결국 거의 자취를 감췄고 현재는 (주)드림크루즈해운만 국적 크루즈 선사에 뛰어들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드림크루즈해운은 3년전 부산에서 설립, 전세계 24개국의 크루즈 여행 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국제 프린세스 크루즈 선사, 로얄 캐리비안 선사, (주)크루즈나라 등과 공동으로 크루즈 관광을 진행해와 국내 크루즈 여행업의 선두주자 격으로 알려져 있다.

드림크루즈해운은 하모니크루즈의 실패를 교훈삼아 관련 업체들 중 유일하게 한·중·일 운항 노선 및 국내 연해안 크루즈 면허를 미리 받아놓고 국적 크루즈 선사로의 변신을 준비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크루즈업의 선두주자격인 드림크루즈해운조차도 현재 더이상 사업 준비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관련법의 통과만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급성장하는 크루즈 산업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3년 한해 전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총 2천만명을 넘었고 관광객의 직접 소비액은 362억 달러로 추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3년 외국 국적 크루즈 414척이 국내로 들어와 관광객 80여만 명이 6천억원 (1인당 662달러)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9월 크루즈 마켓워치의 조사에서도 전 세계 크루즈관광객은 1991년 416만명에서 지난해 2097만명으로 늘어 5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8%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셈인데 총수입도 지난 2012년보다 4.8% 증가한 362억달러로 조사됐다. 올해는 2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크루즈산업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엄청난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현재 세계 크루즈 시장에서 북미지역이 40%, 유럽이 30%를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 시장은 10%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매년 10%이상 급성장하고 있고 2020년에는 25%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세계 메이저 선사들 역시 매년 아시아에 투입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어 세계 크루즈 선사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크루즈 산업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내에 입국한 크루즈 관광객은 7만여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77만 1490명을 기록, 5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3년 크루즈 관광객이 5800억원을 소비하고 크루즈 입항에 따른 예도선료 등으로 부대비용이 250억원 이상 발생, 최소 605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다.

입항 횟수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불과 88회에 불과했던 크루즈 입항 실적은 지난해 433회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특히 중국 관광객의 비중이 높아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1인이 우리나라에서 소비한 금액은 998달러(약 105만원)에 달한다. 통상 한국 체류시간이 6~8시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손’인 셈이다.

▲ 지난 6월, 부산항 개항 최초로 대형 크루즈선 3척이 동시에 입항했다. 세계 최대 선사 카니발그룹 소속 ‘코스타 빅토리아호’, ‘사파이어 프린세스호’, 아시아 최대 규모 ‘보이저 오브 더 시스호’. (아래부터 시계방향) ⓒ뉴시스

◆최적의 입지, 최악의 인프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를 모항으로 하는 국적 크루즈 선사가 1개도 없어 세계 시장에서는 후진국과 다를 바가 없다. 크루즈는 모항을 출발해 여러 기착지를 거쳐 귀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세계적인 선사는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의 대도시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여행객이 크루즈 여행을 하려면 부산이나 인천이 아닌 상하이나 도쿄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중심지에 위치, 크루즈 모항(출발점이나 종착점이 되는 항구)이 되기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한-중-일로 이어지는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며 세계 크루즈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중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이용할 만한 국적 크루즈 선사가 부재해 아시아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어 제주항과 인천항, 부산항 등은 단순 기항지로 전락한 상태이다.

크루즈 기항지는 모항에 비해 선용품 공급 등이 제한적이고 승객들의 승하선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세계 크루즈 협회에 따르면 크루즈 모항 여행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59달러인 반면 기항지 여행객의 지출액은 126달러에 그쳤다. 따라서 크루즈 산업이 본격적으로 경제효과를 유발하려면 국적 크루즈 선사를 육성하고 우리나라의 항만이 모항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크루즈 모항으로서의 인프라가 너무 열악한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당장 이 같은 육성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항만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모항으로 거듭나려면 관련 당국이 국적 크루즈 선사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업체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법적 세제 혜택 및 재원을 제공하고 크루즈 모항으로서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의 각종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목잡는 국회, 지원은 언제쯤?
정부와 여당이 크루즈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육성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김재원 의원(새누리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의원 등 11명은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크루즈 육성법)을 발의했다. 현 정부가 대선 때부터 추진해 온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법안 중 하나인 크루즈 육성법은 2만톤 이상 크루즈 선박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카지노는 사행성 조장 논란을 고려해 외국인 승객만 이용할 수 있고, 영업도 영해가 아닌 공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양성기관 지정, 크루즈산업 협회 설립, 공공기관·단체 및 사업자 등에 대한 재정·금융 지원안이 담겨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4월말 이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크루즈 육성법은 지난 4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유력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광업 육성이 포함돼 있고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중점 처리 법안 15개 중 한 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선박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야당 의원들로부터 법안 처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이어 지난 5월 크루즈 육성법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심사를 받았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금 시점에 굳이 처리해야 하느냐”, “이 법을 통과시키면 법사위원들이 비판을 받을 것 같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며 전체회의에 다시 계류됐다. 6월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아예 상정·논의도 되지 않았다. 지난 8월에도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한 번 국민적 분위기를 거론하며 크루즈 육성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아직까지 국회 통과는 요원한 상태이다.

정부는 크루즈 육성 정책으로 오는 2015년 연간 100만명 이상 방문, 직접 소비액 5천억원, 간접효과 포함시 1조원 이상 경제효과 창출과 2020년 연간 200만명 방문, 모항 육성, 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적 크루즈 선사가 한 개만 생기더라도 크루즈선 1척당 1천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된 상태다.

◆주변국들의 발빠른 움직임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미 주변국들은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시장을 앞세워 저돌적으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상하이는 2010년 대규모 크루즈터미널을 완공했고 14만톤급 보이저호를 비롯, 6척이 상하이를 아시아지역 모항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최초의 국적선인 해나호도 취항했다.

일본은 NYK 등 5개의 자국 선사가 크루즈선을 운항하고 있고 기항지만 70여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크루즈 육성법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학계·정부는 입을 모아 “국회에서 한시라도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크루즈 육성법이 국회에 발목잡혀 있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에서 이에 관한 논의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변화돼야 한다. 국회에서는 크루즈 육성법이 언급되기만 해도 손사레를 치는 형편이다. 선박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정부 출범 이후 관광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공은 정기 국회로 넘어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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