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은 17일 전날 43개 국내외 항공사들이 국토교통부에 아시아나항공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낸 것과 관련해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 행정처분 관련 대한항공 입장’이란 문건을 통해 “귀중한 인명이 희생된 항공기 사고에 대해 여론몰이식의 책임회피 행태를 우려한다”면서 “정부의 행정처분은 일관성있고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어 “정부는 과거 대한항공 사고에 대해서는 노선 면허 취소나 운항정지 등의 조치를 취해왔고, 심지어는 없는 규정까지 새로 만들어 소급적용, 운수권 배분까지 금지한 강력한 제재를 한 사례가 있다”면서 “정부의 행정처분이 일관성 없이 항공사나 사고에 따라서 달라진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냐 남쪽 밀림에 추락해 254명 중 229명이 사망했던 대한항공의 괌 여객기 추락 사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 사고로 운항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어 대한항공이 연달아 5건의 사고를 더 내자 정부는 1999년 11월 대한항공의 괌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시 ‘사고 항공사에 대한 노선배분 및 면허 등 제한 방침’을 마련, 사고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운수배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방침 마련 이전의 사건들을 소급 적용, 1년간 대한항공을 노선배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2년간 해당노선 면허발급을 금지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탄원서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안전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도외시한 채, 경제적 이익에 집착해 일부 이해관계자들을 여론 조성에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전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면서 “항공안전을 돈으로 막는 행위는 또 다른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형 항공기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거나 과징금 납부와 같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또 다른 항공사고와 새로운 희생자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항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같은 대한항공의 강력한 입장 표명에 즉각 의견을 내놓았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일부 이해관계자들을 여론 조성에 동원’ 운운한 대한항공의 입장자료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43개 항공사들과 미주 한인 총연합회 등 교민단체의 선의와 순수성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다른 영역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대한항공 측에 “큰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고 안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동 업계 종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금도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샌프란시스코 사고 후 미주 한인협회 등의 선처 요구, 대한항공 노조의 강력한 처벌요구, 국내외 항공사들의 선처 탄원에 이어 이날 대한항공의 엄벌 요청이 다시 한 번 흘러나오면서 양 사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늦어도 11월 안에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행정 처분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양대 항공사의 다툼이 어떤 결말로 귀착될지 주목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