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베이징을 향해 승객 239명을 태우고 날아가던 MH370편(보잉777)가 실종된 이후 광대한 해역에서 수색작업이 이뤄졌지만 실종 원인을 추정할 만한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호주 당국은 원인 불명으로 항로에서 이탈한 후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MH370기의 수색을 호주 남부 해역까지 확대했지만 17일 현재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MH370편의 실종을 두고 숱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비행기 조종사의 자살 비행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 주장이 맞다손 치더라도 이는 MH370편이 항로를 이탈했다는 동기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제공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어떻게 아직까지 그 잔해를 찾을 수 없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는다.
이 실종 원인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게 된다면 MH370편 미스터리는 이제껏 항공 역사를 통틀어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바다에 추락했다고 하는 MH370기의 잔해가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클라크 사장의 말대로 좌석 쿠션 정도는 발견돼야 하지 않았을까?
세계 굴지의 에미리츠 항공사의 팀 클라크 사장은 10월 9일 독일 ‘슈피겔온라인(이하 SO)’과의 인터뷰에서 MH370기의 실종 조사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클라크 사장의 주장은 한 마디로 “누군가 끝까지 MH370편을 제어했다”는 것이다.
클라크 씨는 1985년부터 에미리츠 항공사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이 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의 하나로 만들었다. 64세인 그는 항공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어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실종된 MH70기의 운명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의문을 제시했다. MH370편의 기종은 보잉777이었다. 에미리츠 항공은 이 같은 항공기를 127대를 운항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항공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SO: 지난 3월 초에 MH370편이 실종되고 그 사이 7개월이 흘렀는데도 물리적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하나.
클라크: 그것은 실제로 커다란 수수께끼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그 사건을 그렇게 적당히 처리하고 언제부터 그저 (수색) 일정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럴 경우에 MH370기는 아마도 항공 역사 최대의 미스터리로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주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비행기가 어떻게 실종될 수 있었는지 (원인을) 알아내야만 한다.
SO: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고 생각하나?
클라크: 나는 외부의 어떤 것이 비행기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SO: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클라크: 모든 사람은 스스로 그때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 비행기 안에 실제로 누가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비행기가 무엇을 적재하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현대의 장거리를 운항하는 비행기의 추적 장치를 더 개량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보잉777기종은 이미 첨단 통신시스템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비행기들 중 하나다. MH370편이 이륙 직후부터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리가 없다.
SO: 무슨 소리인가?
Clark: 무선 응답기(Transponder)는 조종석에서 통제된다. 이 장치의 도움으로 비행기 안전 결함은 매순간 초단위 레이다로 확인하고 추적될 수 있다. 무선 응답기를 끄면 비행기는 레이다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항공업계에선 절대로 그런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언제나 추적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
SO: 민간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있나?
클라크: 다른 방법은 에이카스(ACARS: Aircraft Communications Addressing and Reporting System)라고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비행기시스템과 동력장치를 감독할 목적으로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에미리츠 항공의 경우 이륙 후 지구 상공 어디 위에 있든지 간에 모든 비행기와 비행기의 모든 구성요소들과 동력장치들이 추적된다. 종종 우리는 이 장치를 통해서 조종사가 미처 알아내기 전에 먼저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한다.
SO: 그 에이카스의 작동은 어떻게 멈춰지나?
클라크: 에이카스의 작동을 멈추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조종사들은 그렇게 하라는 훈련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MH370편의 경우 누군가 그렇게 했다, 그것도 철저하게. 우리는 누가 비행기를 통제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에이카스가 끊어짐 없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이것만 있다면 우리는 난바다 상공에 있어도 비행기들을 추적‧감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추적 시스템은 필요 없다.
[팀 클라크 씨는 1985년 이래 두바이에 본부를 둔 에미리츠 항공사의 사장이고, 2003년부터는 그 기업집단의 사장과 CEO를 겸하고 있다. 영국인인 클라크 씨는 항공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기사 작위를 받았다.]
SO: 그렇다면 제안하는 바가 뭔가?
클라크: 나는 조정석에서는 에이카스의 작동을 중지시킬 수 없다고 비행기 제작자들에게 권고하겠다. 그것은 또한 무선응답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조종사가 왜 무선응답기의 작동을 중지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나는 MH370편의 비행이 끝까지 통제를 받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SO: 그렇다면 누군가가 무슨 이유로 5시간 동안 남쪽을 향해 비행기를 날아가게 했을까?
클라크: 정말 그랬을까? 내 생각에 이 사고와 관련된 모든 세부사항과 사실에 의문을 갖고 투명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우리가 더 직접적이고 성실하게 다뤄야 할 많은 정보들이 있다. MH370편이 비행을 하다 추락했을 것이라고 가정된 인도양까지 초 단위로 분석해야 한다. 그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좌석 쿠션 하나도.
SO: 그 사실에 놀랐나? 호주 서쪽의 추락 추정 해역은 광대하고, 게다가 수색 작업은 상당히 나중에 시작됐다.
클라크: 경험이 가르쳐주는 바로는 해양 추락 사고에서는 언제나 무언가가 발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비행기가 그 지역에 추락했다는 단 하나의 증거도 갖지 못했다. 아무것도. 단지 위성 응답 확인 정보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의문이다.
SO: 어느 시점부터 MH370편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나?
클라크: 민간항공기의 역사에서 1939년 아멜리아 에어하트(홀연히 비행기와 함께 실종된 여조종사)를 제외하면 적어도 5~10%의 추적 가능성도 없었던 사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MH370편은 그야말로 그냥 없어졌다. 나는 이 점이 의심스럽고,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
SO: 누가 이 상황을 좀 바꿀 수 있을까?
클라크: 나는 그럴 위치가 아니다. 나는 항공사 관리자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는 묻어버리려고 할지라도 나는 불편한 질문을 계속 하겠다. 우리는 MH370편의 승객들과 승무원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 이 수수께끼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SO: 말레이시아 항공은 올해 겪은 두 번의 참사(MH370편 실종과 MH17기의 격추)로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이 항공사의 사장이라면 무엇을 하겠나?
클라크: 어려운 질문이다. 아무도 지금까지 몇 달 안에 일어난 이 같은 두 번의 참사를 극복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이런 오점을 갖고 간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사업모델, 어쩌면 상호와 로고도 다시 숙고해야 한다. 우리는 이 회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 상처 입은 상표로는 대단히 힘들 것이다.
만일 MH370편이 클라크 사장의 주장대로 외부 통제에 의해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면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떤 발달한 제어 및 통제 기술로 MH370편을 어디까지 비행하게 했으며 지금 승객과 승무원들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