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진흙탕 싸움'
삼성-LG전자 '진흙탕 싸움'
  • 하준규
  • 승인 2006.04.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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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은 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서로 1등을 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냉장고부문에서 서로 1등을 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는가 하면 PDP TV를 둘러싼 비방광고에다 점유율 뻥튀기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냉장고 세계 1등은 바로 나 LG전자는 지난달 10일 창원공장에서 '디오스냉장고 신제품 및 전략 발표회'를 가졌다. 이영하 사장은 "2010년까지 냉장고 전체 매출 40억달러를 기록해 냉장고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3주 후인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도 비슷한 내용의 설명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지펠냉장고 사업현황과 비전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현봉 사장은 "양문형 냉장고 부문에서 2010년까지 2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냉장고 부문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는 양문형 이상 프리미엄 냉장고에서 1등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밝힌 수치들은 더 비슷하다. LG전자는 냉장고 전체 매출 40억달러 중 55%인 22억달러를 양문형 이상 프리미엄 제품으로 팔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 이현봉 사장은 전체 매출 45억달러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체 매출 중 56%로 LG전자를 약간 앞서는 수치를 목표로 삼았다. ◆삼성 vs LG, 교묘한 신경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교묘한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LG전자의 냉장고 전략발표회에서 삼성전자의 이름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LG가 인용한 세계 냉장고 매출순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위 월풀(35억달러), 2위 일렉트로룩스(28억달러), 3위 LG(26억달러), 4위 GE(16억달러)의 순서다. 삼성의 이름은 전혀 없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료도 LG 이름은 빠져있다. 삼성이 발표한 2005년 냉장고 매출은 1위 월풀 45억달러에 이어 일렉트로룩스 32억달러, 삼성 20억달러, GE 17억달러의 순서다. 각 회사의 글로벌매출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삼성과 LG는 각종 자료를 분석해 매출실적을 추정해 발표했다. 두 회사의 발표치가 다른 이유다. 양사의 추정치를 비교하면 세계 냉장고시장에서 LG전자는 3위, 삼성전자는 4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상대방 이름을 빼 깍아내리기를 하고 있다. ◆TV, 세탁기 시장도 진흙탕 싸움 TV시장에서도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비방광고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대리점에 배포한 팸플릿에서 LG전자 PDPTV의 하드디스크 수명, 소음, 냉각팬 등을 악의적으로 비방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직영대리점 리빙프라자와 대리점, 주요 백화점에 발간한 '삼성전자 종합 제품안내'와 '사내 교육용 자료'에 LG전자의 PDP TV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LG전자 PDP TV의 하드디스크의 수명이 2만시간에 불과하고, 냉각팬이 선풍기 같다고 소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부당한 비교·비방·허위사실 유포는 LG전자 PDP TV 판매에 대한 잠재손실은 물론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고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일선에 있는 사원들에 대한 교육용 자료일뿐 LG전자 제품을 비방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내수시장 세탁기 시장점유율이 45.3%에 달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점유율이 56.0%라고 밝혔다. 두 수치를 합하면 101.3%로 100%를 웃돈다. 아무리 매출이 좋아도 시장점유율이 100%를 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전한 경쟁 관계 수립해야 사실 가전분야는 돈되는 분야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주된 수입원은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이고 LG전자는 휴대폰 부문에서 주된 이익을 거둔다. 가전분야는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가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가전분야별로 냉장고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높을 뿐 TV나 에어컨, 세탁기 분야는 이익률이 높지 않다. 냉장고 부문도 양문형을 제외하고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 궤도로 돌아섰고, TV나 에어컨 등은 교체주기가 길어 신제품 효과가 나기 힘들다. 자칫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이전투구양상이 전개된다. 그러나 이같은 이전투구는 세계적 가전회사로 성장한 외형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반도체 메이커로 성장했고 LG전자고 세계 최고의 TV메이커가 됐다. EU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만큼 선진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LG전자는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성장한 만큼 국내시장에서 상대방을 헐뜯는 비방전을 그만두고 세계를 무대로 건전한 경쟁 관계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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