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정의선 후계구도 좌초돼나?
정몽구, 정의선 후계구도 좌초돼나?
  • 권재훈
  • 승인 2006.04.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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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추적하여 현대, 기아차 목죄는 검찰
검찰의 수사 영역이 현대자동차 비자금의 사용처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6일 "지난달 26일 글로비스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돈의 입출 내역을 확인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자금의 용처 확인 수사 단계도 머지 않았다는 얘기로 조만간 의혹이 제기된 현대차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이 집중적으로 파헤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자금이 특정인에게 로비자금으로 살포되는데는 그룹 내 최고 결정권자의 '재가'를 거치는게 상식이어서 이 부분도 정몽구 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종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도 "현대차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잘아는 총수가 밖에 나가 있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면서 미국체류중인 정 회장에 대한 귀국압박도 빼놓지 않았다. ◆정의선 사장 측근이 관리 검찰이 글로비스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비밀금고에는 1만원권 현찰로만 59억원 가량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아 현찰은 발견장소에 봉인조치 해 놓았으며, 수표와 CD(양도성예금증서)는 대검청사로 옮겨와 자금추적을 벌이고 있다. 발견된 돈다발은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및 투자회사를 이용해 조성한 수백억~수천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로 파악된다. 조성된 비자금이 수시로 입출됐다는 현대차 전 관계자의 증언으로 미뤄볼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현찰이 보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그룹 내에서 정의선 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구속)이 금고관리의 책임자를 맡은 점이다. 이 사장이 정의선 사장의 지시를 받아 금고지기를 하면서 은밀히 조성된 비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현대차 수사를 시작하자 마자 이 사장을 구속한뒤 계속적인 소환조사를 진행중인 것도 이와 밀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 사장은 현대차 관련자 중 유일하게 구속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사장이 금고지기 역할을 했을 뿐 사용처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사용처 결정 책임자로 '윗선'을 지목했다. 이 사장을 지휘할 윗선은 정 사장 또는 정몽구 회장일 수 밖에 없다. ◆비밀장부가 '열쇠' 검찰은 비자금 조성 경위 및 규모 파악에서 한발 더 나간데는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비밀장부가 큰 역할을 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장부에는 글로비스 비밀금고로 들어온 돈의 입출내역이 적혀 있다고 검찰은 확인해줬다. 어떤 시기에, 어느정도 규모의 현찰이 들고 나갔음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인 셈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현대차 자금담당자를 비롯해 실무자급에 대한 조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부적이지는 않지만 현대차 비자금을 받은 인사의 면면이 담긴 서류를 검찰이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한 퇴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니셜로 받은 사람의 이름을 기록한 것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소한 검찰이 근접할 수 있는 단서는 수중에 넣고 있는 셈이 된다. 검찰은 그러나 "입출내역만 있지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나온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또 "사용처 수사는 비자금과 별건(후계구도) 수사 다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달리 해석하면 비자금 사용 권한을 쥐고 있는 정의선 사장의 신병처리 후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급진전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부분 역시 아들 출국금지와 투자회사 압수수색에 이어 정몽구 회장의 입국을 압박하는 한 수단으로도 여겨진다. 검찰은 "정 회장 없이도 수사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 회장이 상식에 맞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MK 귀국 약속한 내주 초 수사 분수령 현대ㆍ기아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열흘을 넘기면서 정몽구 회장이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주 초가 이번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초 "정 회장이 약속대로 귀국할 것으로 본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던 검찰이 5일 "대기업 수사는 하면 할수록 혐의가 늘게 마련"이라며 정 회장의 조기귀국을 공개적으로 종용한 데서 수사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조성 과정에 계열사와 관련된 구조조정전문회사 5곳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회사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기아차 정의선 사장을 출국금지하는 등 사실상 정 회장 일가 쪽으로 수사망을 압축해가고 있다. 구조조정전문회사 압수수색과 이 회사 사주들 체포는 이미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경위가 상당 부분 밝혀진 것을 의미한다. 검찰 입장에선 그룹 차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를 파악하려면 당연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도 조사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회장의 귀국 여부가 사건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정 회장에 대한 귀국을 종용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검찰이 6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을 `금고지기'에 불과하다고 표현한 것은 수사가 정 회장 부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고 정 회장 귀국 여부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 회장의 귀국 시점은 이번 검찰 수사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 회장이 약속대로 조기 귀국한다면 검찰 수사는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 현재까지 압수수색한 세 회사의 비자금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 회장이 귀국하지 않고 사실상 `해외도피'를 선택한다면 이미 현대차를 상대로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한 검찰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 회장이 돌연 출국한 직후 검찰이 `별건' 단서가 포착됐다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 처럼 정 회장이 약속을 어기고 귀국하지 않으면 또다른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현대차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회사의 기밀서류와 비자금 관련 장부 등을 통째로 압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하면 할수록 혐의가 는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도 검찰 의지에 따라 수사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정회장의 귀국 여부는 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뒤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를 결정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이 약속을 어기고 귀국하지 않으면 대기업 총수라고 해도 이미 `도피 우려'가 그만큼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사법처리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조기 귀국은 수사 전반의 흐름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된 셈이다. ◆현대차의 고민 ‘鄭회장 부자, 어찌하오리까’ ‘정(鄭)부자, 어찌 하오리까?’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편법ㆍ불법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정몽구ㆍ정의선 부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정 회장의 귀국 시기와 정 사장의 검찰소환 여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기다 수사 장기화로 인한 해외사업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자, 정 부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룹의 공식입장은 정 회장이 이번 주말에 예정대로 귀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회장이 귀국 후 검찰에 조기 소환될 경우, 비자금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더군다나 정 회장이 일주일이라는 짧은 체류기간에 검찰 수사에 대응할 만큼 뚜렷한 해법을 마련했을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미국에 좀더 체류할지 모른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우드로 윌슨 시상식에 참석한다면 귀국 시기는 이달 말께로 늦춰진다. 물론 칼자루는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 측이 “귀국이 늦어지면, 수사가 확대된다”는 말로 정 회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한다면, 정 회장은 여러 돌발변수와 고민에도 불구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의 머리도 복잡하다.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현재 글로비스 외에도 엠코(지분 25%)와 이노션(40%) 오토에버시스템즈(20%) 등 매출액 대부분이 그룹에서 발생하는 비상장 유망계열사의 대주주로 있다. 하지만 그룹의 계열사 인수ㆍ합병 과정이 수사선상에 오른 이상, 글로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비상장계열사를 동원하는 수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정 부자와 그룹이 결국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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