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거칠면서, 더욱 안정되게 - 완성도 높지만 어딘지 시시한
더욱 거칠면서, 더욱 안정되게 - 완성도 높지만 어딘지 시시한
  • 이문원
  • 승인 2003.12.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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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어터'의 "Train of Thought"
대표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중 하나인 '드림씨어터'의 새 앨범 "Train of Thought"에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매 넘버마다 잘 짜여진 텍스쳐와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고, 일정 부분 변신을 가했음에도 완성도 면에 있어서는 '의외로' 탄탄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음악형태에서 나타나는 딜레마이건, 아니면 그저 '드림씨어터'의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건 간에, 적어도 "Train of Thought" 앨범에서 시도된 '안정성'의 확보는 오히려 밴드의 매력을 감퇴시키고, 신비성마저 수그러들게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일단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을 살펴보자. 이번 앨범은 분명 실험적인 면모가 다소 줄어있다. 앨범 전체가 늘 비슷한, 많이 들어본 톤으로 진행되며, 이곳저곳에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장난을 쳐놓긴 했어도 시시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다. 각 넘버들은 라브리에의 과격한 보컬을 필두로 엄청난 파워의 헤비 사운드와 전에 없이 캐치한 리프를 자랑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신비성'의 측면에서는 이런 '귀에 달라붙는' 튠이 오히려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왠지 비슷한 성향의 다른 밴드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든다. 가사 역시 이런 '신비성'의 측면에서 많이 후퇴해있다. 애매모호하고 불가해한 가사의 성격 자체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던 이전과 달리,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지나치게 명확하고, 명백하며, 굵직한 톤으로 이야기된다. 분명 이전의 '드림씨어터' 가사들은 '억지 현학'이라는 식으로 비난을 받긴 했지만, 바로 그 '억지 현학'과 '고차적 사고'의 구분이 명확치 않은 데서 발생한 줄타기의 매력이 사라지고 보다 직설적이 되어버린 이번 앨범의 가사는, 힘은 있지만 심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사색할 구석이 전혀 없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다른 뮤지션'의 냄새가 전에 없이 진하게 배어있기도 하다. 킹 크림슨, 비틀즈의 향취가 앨범 전체에 풍기며, 존 페트루치의 빠른 솔로가 돋보이는 'In the Name of God'에 이르면 메탈리카의 영향 또한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모든 밴드가 매 앨범마다 '최고작'을 갱신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드림씨어터'도 매 앨범이 그들의 최고작 "Scenes From A Memory" 앨범만큼 성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Trains of Thought"에는 '드림씨어터' 자체를 상징하던 필수 요소가 빠져있다. 바로 '오리지널리티' 말이다. 테크니컬한 완성도가 오리지널리티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믿는 듯한 이번 앨범은, '오리지널리티'의 반대편에 위치한 '클리셰'라는 단어의 가장 손쉬운 용례로 쓰일 수도 있을 법하며, 더욱 거칠면서도 안정된,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시시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까닭 역시 바로 이 '오리지널리티'의 부재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 앨범마다 나름의 논쟁은 불러 일으켰던 '드림씨어터'의 이전 앨범들에 비해, 거의 만장일치의 졸작 판명이 굳어지고 있는 "Trains of Thought" 앨범은, '드림씨어터'의 고정팬들에겐 '그들도 망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케이스로서 권해보고도 싶지만, 아직 '드림씨어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앨범이다. 이 앨범은, 밴드의 인기 '핵심' 요소를 놓치고 있는 앨범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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