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와 공인중개사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장관관계회의에서 차기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투자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선 계획을 언급했다. 그간 현행 부동산 수수료율 규정의 불합리성이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달 23일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개선’ 공청회를 개최하고 정부 조정안 및 개선 권고안(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지자체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례를 개정하면 개편된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식이다.
현행 중개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매매거래의 경우 2억~6억원은 0.4%, 6억원 이상은 0.9% 이하에서 중개업자와 의뢰인이 협의해 결정된다. 임대차 거래의 경우엔 1억~3억원은 0.3%, 3억원 이상은 0.8% 이하에서 결정되고 상가·토지·오피스텔 등의 비주택은 매매나 임대차 모두 0.9% 이하의 요율이 적용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3억~6억원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의 주택 매매 거래 수수료는 0.4%가 상한선인데 비해 임대차 거래 수수료는 0.8%가 상한선이다. 전세 수수료가 매매 수수료보다 최대 두 배 더 높은 ‘수수료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억원에 전세 거래를 할 경우엔 0.8%인 320만원 이하의 수수료가 책정되지만, 4억원에 매매 거래를 할 경우엔 0.4%에 해당하는 160만원 이하의 수수료가 책정된다.
이는 현수수료 체계가 지난 2000년 개편돼 확정된 이후 한번도 개편된 적이 없어 그간의 주택·전세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 현재 매매가 6억원, 전세가 3억원 이상의 주택은 더이상 고가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 715만원이었다.
국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 구간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매매의 경우 6억~9억원의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또한 6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매매거래 수수료율을 ‘0.9%이하 의뢰인과 협의’에서 0.5% 고정으로 바꾸고 3억 이상의 전세 거래의 경우 ‘0.8%이하 의뢰인과 협의’에서 0.4% 고정으로 바꾸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중개협회) 측은 절반에 가까운 하락 폭에 반발, 자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체계를 제시했다. 지난 17일, 중개협회는 ‘부동산 중개보수 현실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매매수수료율을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중개협회는 현행 중개 시장의 총량이 유지되도록 보수율을 책정한 뒤 현행 상한요율(0.9%)과 실제 평균 중개수수료율(0.61%)를 각각 전제로 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0.9%를 전제했을 땐 4억~6억원은 0.5%, 6억~9억원은 0.7%, 9억원 이상은 1.0%의 수수료율이 적당하고 0.61%를 전제했을 땐 6억~9억원은 0.55%, 9억원 이상은 0.7%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는 현행 수수료 체계와 비교해 볼 때 대체로 9억원 이상 주택은 지금보다 높은 요율을, 9억원 미만 주택은 낮은 요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비주택 중개보수는 물건에 따라 서비스의 차이가 크다며 자율화를 요구했다.
이 같은 협회의 움직임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개협회가 정부 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부동산 중개보수 현실화 방안을 마련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중개협회가 제도 개선 주체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중개협회가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달 23일로 예정된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개선’ 공청회를 통해 중개협회 및 소비자단체, 전문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말까지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개편 방침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중개보수 개편을 둘러싼 정부와 중개협회의 갈등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