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계열사 HMC투자증권과의 MMT(Money Market Trust·특정금전신탁) 거래규모를 대거 늘렸다. 단기자금 운용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지만 HMC투자증권의 실적부진과 결부해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안정적 자금운용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해 HMC투자증권으로부터 500억원 규모 MMT 상품을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 달 들어서만 세 번째로 현대차가 HMC투자증권에게서 사들인 MMT는 총 2조800억원 규모로 뛰었다.
또 기아차는 지난달 30일 HMC투자증권과 500억원 규모 MMT 거래를 체결했다. 누적금액은 6000억원이다. 현대모비스도 지난달 25일 HMC투자증권으로부터 1500억원 규모 MMT 상품을 사들여 누적금액이 6000억원이 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1조6500억원, 기아차는 1000억원, 현대모비스는 1500억원 규모 MMT를 각각 HMC투자증권으로부터 사들였다. 그러나 올 들어 이들의 거래규모가 대폭 늘어나면서 그 이유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들이 경기부진에 따른 단기자금 운용방안으로 MMT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데다 저금리 기조인 상황에서 은행 예금보다는 증권사 단기금융 상품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특히 MMT는 필요할 때 바로 현금화할 수 있고 중도해지 시에도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 매력이 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MC투자증권의 실적부진을 그 배경으로 돌리고도 있다. HMC투자증권이 줄곧 흑자를 내다 지난해 79억원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MMT는 연간 신탁보수가 높지 않지만 규모가 커졌을때 수익이 마냥 적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또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유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적자를 딛고 올해 흑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93억원을 달성했다. [시사포커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