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요란(搖亂)을 떨었던 자원외교의 실상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 예견될 결과였지만 해도해도 너무 하고 보자보자 하니 기가 막히고 뚜껑 열린다는 탄식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터졌다 하면 최소 수백 억에서 수십 조에 이르는 국민 혈세가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이 두 가지 공인으로서의 최대 단점을 독단과 뻔뻔스러움으로 은폐했던 관료와 언론‧지식인들의 결탁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생각하면 그 혈세에는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땀과 눈물과 울분과 애절함, 회한과 스트레스가 녹아 있을까. 그 돈으로 또 얼마나 많은 좋은 사업들을 펼칠 수 있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2008~2012년 간 석유·가스·공물자원공사 등 3개 공사를 통해 추진된 69개 자원외교 사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성적을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3개 공기업을 통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 26조원 중에서 현재까지의 수익금은 3조 6,698억원으로 총 투자액의 14%에 불과했다. 아직도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22조 4,286억이다.
이 엄청난 금액은 저절로 회수되는 그런 성격의 돈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팀은 ‘비유망자산’에 18조원 가량을 투자해 회수율이 1.9%에 불과하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것과 4대강에 쏟아 부은 22조만 합쳐도 40조다. 이명박 일개 정권이 국민 혈세 40조의 거금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셈이다.
미친 짓이었다. 이 돈만 잘 관리했어도 기초 과학이 부족한 한국에 이공계열의 전문학교나 아카데미를 세워서 진정한 과학입국의 터전과 토대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종자돈이 될 수도 있었다.
인도는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중국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겠다고 선언하고 일본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있는 판국에 어떤 나라의 얼빠진 일당이 국민 혈세 40조를 내다 버렸다면 과연 그 나라가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고기영 한신대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1977년부터 우리나라가 해외자원 개발 투자금액의 75%가 MB와 그 관료배 일당들의 손을 거쳤다. 그 결과 MB정권 5년간 석유공사의 부채는 4.7배, 가스공사는 3.7배, 광물공사는 6배, 한국전력은 2.5배 늘었단다. 이 기간 늘어난 빚이 56조원이란다.
어림계산으로 100조 빚더미에 국민이 깔리게 됐다. 이는 황당무계한 망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와 내일의 후손이 감당해야 할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정치‧경제적 교착 상태를 벗어나 도약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책임을 지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다. 거의 모두가 한통속으로 연결돼 설혹 책임을 지려고 나서는 이가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진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만다. 처음에는 폼만 잡다가 종내는 유야무야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제2, 3의 이명박이 나타나 그때는 수백 조의 돈을 갖다 버리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나라까지 갖다 버릴지도 모른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무능, 무지, 무책임에 독선적 신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면 국가 장래와 국민의 고통이야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여야,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같은 편가르기 진영논리에 갇혀서는 숨은 실력자와 애국자가 아니 보인다. 2MB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하자가 많은 인간이었다. 예컨대 제 입으로 BBK를 하게 됐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시퍼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태연히 부인했다. 그를 지지하는 자들은 침묵했다.
이런 인간성의 소유자였기에 자원외교의 엄청난 손실의 대가를 국민에게 지우고 있으면서도 해명이나 사과 한 마디 안 하거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겁이 많거나 아니면 정말 자신이 자원외교를 잘 했다고 믿고 있거나 그 둘 중의 하나일까. 확실한 것은 설령 2MB가 사과한들 사라진 혈세가 다시 눈처럼 축복처럼 이 땅 위에 내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지도자를 보면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도자의 자리는 냉혹하기조차 한 검증을 거쳐서 올라가야 하는 권좌다. 한국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정치체제에서는 도덕적 자질과 실무적 감각, 미래를 이끌어가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 전에 겸허하게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 호구를 지도자의 자리에 앉혔다는 것을….